'파업 싫지만' 집단 왕따 두렵다는 의사들… 4년전 트라우마에 몸서리

박상혁 기자 2024. 3. 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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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선후배들의 눈치가 보여 억지로 파업에 참여했다'는 한 전공의가 올린 글이 공개돼 논란이 된 가운데 지난 2020년 의사 집단 파업 때도 참여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증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6일 직장인 온라인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전공의 A씨는 "지난 2020년 의사들이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 정책에 반대해 파업을 벌였다"며 "당시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동기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을 목격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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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2일자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 게시물/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의사 선후배들의 눈치가 보여 억지로 파업에 참여했다'는 한 전공의가 올린 글이 공개돼 논란이 된 가운데 지난 2020년 의사 집단 파업 때도 참여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증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6일 직장인 온라인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전공의 A씨는 "지난 2020년 의사들이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 정책에 반대해 파업을 벌였다"며 "당시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동기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을 목격했다"고 회상했다.

지난 2020년 8월에 시작된 '의료정책 추진 반대 집단행동'은 당시 문재인 정권이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 정책을 추진하자 반발한 의료계가 주도한 파업이다.

정부는 이 파업에 의대 본과 4학년생이 참여해 2700명이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하는 바람에 이듬해에 이 시험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서 시행해야 했다.

지난 2020년 8월 중순쯤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과격화되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낀 전공의들이 모여 개설한 페이스북 페이지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엔 지난 2020년 9월2일 "명분 없는 단체행동을 구성원에게 강요하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에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에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나선 행동이지만 내부에서의 결정절차는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도부의 의견에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밝혔다.

게시물엔 의대협이 의대생 동맹휴학과 국시 거부 투표를 기명으로 진행했고, 학교와 학년별 투표 현황도 공개해 다른 학교 대표들이 학생들을 동원하도록 부추겼다고 했다.

이어 "몇몇 학교에서는 동맹휴학 참여 여부마저 기명투표로 결정됐고 국시 거부에 불참한 학생들의 명단이 익명 커뮤니티에 공유되는 일도 있었다"며 "찬반을 묻지도 않고 성명서에 전공의 이름이 올라가거나 전공의 사직서가 강제적으로 작성됐다는 제보도 왔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파업엔 전공의보다 전임의와 개원의의 참여율이 더 낮다"며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 의료계 최약자인 학생과 인턴들이 투쟁의 최전선에 동원돼 있다"며 "이러한 압박에 후배들이 동원됐고, 서로를 감시하는 운명에 놓이게 됐다"고 적었다.

지난 2020년 의대 파업 당시를 기억하던 전공의 A씨는 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저는 사실 업무개시명령이나 3개월 면허정지보다 제가 속한 집단)이 더 무섭습니다"는 게시물을 올려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그는 "(이번 파업엔) 한 의사 커뮤니티엔 몇 년 차 전공의 누가 어느 병원에 복귀했는지 정리해 둔 '참의사 명단'이라는 게 돌고 있었다"며 "파업에 반대하는 글을 올려도 온갖 욕설 댓글이 달렸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3년에서 4년을 함께 지내야 할 선후배, 동기들의 눈초리와 불이익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파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박상혁 기자 rafand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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