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정지보다 의사 집단이 무섭다"…복귀 희망 전공의 블라인드에 폭로

7일 오전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의사들이 진료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 News1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전공의 집단이탈로 의료 공백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한 전공의가 "복귀하고 싶지만 의사 집단이 무섭다"고 털어놨다.

지난 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복귀하고 싶은 전공의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A 씨는 "처음부터 정부 정책에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파업도 동의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참여하고 있다"며 "저는 사실 업무 개시 명령, 3개월 면허 정지보다 제가 속한 이 집단이 더 무섭다"라고 적었다.

(블라인드 갈무리)

이어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선·후배, 동기들과 3~4년을 지내야 하는데 온갖 눈초리와 불이익을 제가 담당할 수 있을까 고민된다"며 "2020년도에는 '선실기'라는 이름으로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동기들이 불이익받는 것을 봤고 혼자 복귀하면 그렇게 될까 너무 무섭다"고 토로했다.

또 A 씨는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참의사 명단이라며(비꼬며) 어느 병원에 몇 년 차 누가 복귀했는지 정리한 명단이 있고 실명까지 적혀 있다. 자랑스럽게 제보하면 바로바로 추가하겠다고 말하고 있더라"라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파업에 반대하는 듯한 글만 올라와도 온갖 쌍욕에 패드립, 밤거리에서 뒤통수를 때리겠다거나 칼을 배때기에 쑤셔버린다는 댓글들이 수백개 달린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갈무리)

A 씨는 '의사인 것을 인증하라'는 댓글이 쏟아지자 7일 추가 글을 통해 의사와 의대생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 속 글을 사진 찍어 게재했다.

그는 "제 글이 문제가 됐는지 참의사 목록은 삭제됐는데 '전공의 있는 전원 가능한 병원'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조금만 파업에 반대하듯이 말하면 온갖 욕설이 올라온다. 교수님들을 'XX'라고 욕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앞서 메디스태프에는 '전원 가능한 참의사 전공의 리스트'라는 글이 올라왔으나, A 씨의 폭로가 확산하자 해당 글은 삭제됐다. 그러나 뒤이어 '전공의 있는 전원 가능한 병원'이라는 글이 올라왔고, 이 글에는 전공의 없는 병원명과 병원별 근무 중인 레지던트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메디스태프 의사 게시판에서 일부 의사들은 "XX들아 사퇴 쇼 하지 마라. 화끈하게 사직하던가 아가리 닥치고 당직이나 해라. 우리는 의사 목숨 걸고 나왔는데 XXXX들", "누가 당직 서 달랬나. 기사에서 징징대는 거 보면 역겨움" 등 글을 남기기도 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