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도·문방도, 조선 후기 사람들의 취향·꿈을 담아내다
조선 후기에 등장한 독특한 양식과 내용의 그림이 있다. 바로 ‘책가도’(冊架圖)다, 반듯한 책장에 많은 책을 쌓고, 문방구와 각종 진귀한 골동품 등을 함께 배치한 그림이다.
학문과 책을 중요시한 당시 문인들의 가치관, 또 취향이 적극 반영된 유물이다. 조선의 문예부흥을 이끈 임금 정조(재위 1776~1800년)는 어좌 뒤에 책가도 병풍을 놓아 학문 숭상을 강조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책가도의 하나라 할 수있는 ‘문방도’(文房圖)도 있다. 책가도가 책을 올려 둔 책장이 있다면 ‘문방도’(文房圖)는 책가도와 같은 소재들이 그려졌지만 책장이 없다. 특히 선비들의 필수품이던 ‘문방사우’(종이·붓·먹·벼루) 등이 배치된다.
18세기 궁중과 사대부 관료문인들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책가도·문방도는 19세기에 이르러 민간으로 확산된다.
기존 소재에 부귀와 장수, 출세, 다산 등의 상징이 담긴 각종 동식물·사물들을 화면에 함께 그린 것이다. 당대 사람들의 바램과 꿈을 담은 민화의 하나로 자리잡으면서 사랑방의 장식품으로는 물론 잔치같은 각종 행사에 활용되기도 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품 자료집인 <책가도·문방도>를 펴냈다. 민속박물관의 책가도·문방도 소장품들 가운데 민속생활 연구에 좋은 자료인 책가도 4점, 문방도 23점 등 모두 27점의 화풍·재료 등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17점은 안료 분석자료도 실었다.
<책가도·문방도>는 책장이 그려진 것만을 ‘책가도’로, 그 외의 것은 ‘문방도’로 분류하고 한국 회화사의 흐름 속에서 민속박물관 소장품이 갖는 특징들을 살폈다. 이어 책가도의 기원과 형식·용도 등을 정리했다. 특히 19세기 작품인 ‘책가도 8폭 병풍’은 비슷한 형식·내용의 작품들과 비교분석을 통해 투시법이 적용된 사례로 주목했으며, 책가도에 자주 등장하는 서랍·문갑의 표현 등도 자세하게 살폈다.
문방도에서는 궁중 화원인 이형록(1808~1883년)의 작품 ‘문방도 6폭 병풍’을 통해 궁중 화원이 그린 문방도의 특징을 살폈다. 또 문방도에 담긴 안경·편지봉투 등 각종 소재들에 관한 시대 정보도 찾아냈다. 부록에는 문방도에 그려진 주요 문양 등을 정리하고, 17점의 작품은 ‘에너지 분산형 X선 형광분석법(EDXRF)’을 통해 안료 분석자료를 수록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그림이나 글씨는 전통사회의 돌잔치, 혼례, 상장례와 같이 인생의 중요한 의례 공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며 “책가도와 문방도는 책과 학문을 숭상하는 조선 사람들의 가치관, 당대 취향 등을 담고 있어 우리 민속을 더욱 풍부하게 했다”고 밝혔다. 실제 민속박물관 상설전시실에는 문방도 병풍을 두른 돌상에서 돌잡이를 하는 모습이 전시되고 있기도 하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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