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안 됩니다”···노벨상 68명, 아르헨 대통령에 서한 보낸 까닭
노벨상 수상자 68명이 6일(현지시간) 연구개발(R&D)을 포함한 과학기술 분야 예산 삭감을 단행한 아르헨티나 정치 지도자들에게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보냈다.
다니엘 필무스 전 아르헨티나 과학기술생산혁신부(과기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노벨상 수상자들이 작성한 서한 전문을 공개했다. 이들은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니콜라스 포세 내각 의장, 다니엘 살라모네 국립과학기술위원회(CONICET) 위원장, 국회의원 등에게 서한을 보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아르헨티나의 과학기술 시스템이 벼랑 끝으로 가고 있다”며 “과학기술 분야 예산을 복구할 것을 정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대 사회의 경제·사회적 진보, 부의 창출은 과학과 기술에 대한 강력한 공공 투자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과학 기반 시설이 무너지면 자체 기술을 개발하거나 인력을 육성하지 못하게 되고, 국가가 무방비 상태에 빠지며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아르헨티나의 과학자들이 아니었다면 폐암과 당뇨병 원인은 수십 년 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는 세계의 시민으로서 아르헨티나 과학자들로부터 혜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학자들은 과기부 폐지, 아르헨티나 최대 연구기관인 CONICET를 비롯한 각종 연구소 행정직 직원 해고, 석·박사직 연구원들의 계약 조기 만료 등 문제점도 지적했다.
서한에는 체내 화학반응 촉매 기능을 하는 ‘리보자임’을 발견한 토머스 체크 등 화학상 수상자 21명과 C형 간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발견한 하비 올터 등 의학상 수상자 26명, 물리학상 수상자 20명, 경제학상 수상자 1명이 이름을 올렸다.
아르헨티나는 중남미 과학 강국으로 꼽힌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통신 위성을 발사했다. 핵 원자로를 생산·수출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 국립원자력위원회(CNEA) 과학자들은 5000m 고도에 전파망원경을 설치해 우주 탐사 연구를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의학상 2명(1947 베르나르도 후세이, 1984 세사르 밀스테인)과 화학상 1명(1970 루이스 페데리코 르노아르) 등 과학 분야에서 총 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후 재정 적자를 줄이겠다며 2024년도 CONICET 예산을 전년과 같게 책정했다. 지난 1월 기준 물가 상승률이 연 254%일 정도로 극심한 고물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사실상 삭감에 해당한다며 현지 과학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비생산적”이라며 과학기술 유관 부서의 예산 삭감을 공약했던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0일 취임 첫째 날 바로 대통령령으로 과기부를 해산했다.
이 때문에 연구기관 직원 고용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CONICET는 지난 3개월간 행정 직원 50명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내 국립대학 교직원과 연구원들은 정부의 대규모 예산 삭감에 반대하며 오는 14일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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