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이 코앞인데…매화축제 야시장 개설 놓고 ‘광양시 vs 주민’ 극한 대립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4. 3. 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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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야시장’ 개설 금지에 주민 반발…“임대료 탓에 ‘바가지요금’ 발생”
주민들 “경운기로 진입로 막겠다” 으름장 vs 시 “법적 대응 검토” 맞서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전남의 대표 축제인 광양 매화축제의 개막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비상이 걸렸다. 7일 오전 현재, 사설 야시장 개설을 놓고 광양시와 일부 마을 주민들이 한발짝도 물러설 기미가 없는 극한 대립을 벌이고 있어서다. '바가지요금과 전쟁'을 선포한 광양시가 축제장 인근 사유지에 야시장 개설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하자 주민들이 단체 행동을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당장 8일로 다가 온 축제 개최를 앞두고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축제 파행은 물론 자칫 매화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남의 대표 축제인 광양 매화축제의 개막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비상이 걸렸다. 사설 야시장 개설을 놓고 광양시와 일부 마을 주민들이 한 발짝도 물러설 기미가 없는 극한 대립을 벌이면서다. 지난해 3월 매화축제가 열린 광양 다압면 매실농원 일대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파전 1장에 2만5000만원?…광양시 '바가지 요금과 전쟁' 선포

광양시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시는 올해 축제기간 주민 소유 토지를 임대해 외지 상인들이 운영하는 야시장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사유지에 대한 가설건축물 허가가 '절대 불가하다'는 것이 광양시의 입장이다. 높은 임대료가 고스란히 음식 값으로 전가돼 바가지요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분석에서다. 

그동안 축제장 인근에 땅을 소유한 일부 주민들은 외지 야시장 업체들에게 축제기간 동안 토지를 빌려주고 일정 금액의 임대료를 받아왔다. 토지를 임대한 업체는 간이음식점을 개설하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음식을 판매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화축제 기간 파전 1개에 2만5000만 원에 달하는 등 '바가지 축제'라는 오명을 썼다. 

시는 올해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직접 부스를 마련, 주민들이 운영할 경우에만 음식점 영업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임대료가 '바가지요금'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축제 이미지 훼손뿐 아니라 위생 단속도 쉽지 않은 점을 들어서다. 특히 지난해 주민들이 직접 운영 약속을 지켜지지 않으면서 '바가지요금'을 없애겠다는 약속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광양시는 올해 축제기간 주민 소유 토지를 임대해 외지 상인들이 운영하는 야시장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사유지에 대한 가설건축물 허가가 '절대 불가하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지난해 3월 광양매화축제장에 개설된 야시장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광양시 "야시장 허가는 불가, 최대한 설득"

시는 지난해. 주민들이 직접 장사한다는 경우를 조건으로 사유지 18곳에 대한 가설건축물 허가 및 향토음식점 허가를 내줬다. 그러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게 광양시의 주장이다. 주민이 직접 장사를 한 부스는 1곳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17곳은 토지를 임대한 외지 상인이 식당 영업을 했다는 것이다.

광양시 관계자는 "지난해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장사하겠다는 조건으로 사설 야시장을 허가했지만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18개 부스 가운데 직접 운영한 부스는 1개에 불과했다"며 "바가지  요금이 축제 이미지를 훼손하는 데다 위생 단속도 쉽지 않아 사설 야시장은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을 위해 축제장 내 부스 9개를 마련했지만, 주민들이 사용 신청을 거부한 채 불법 가설건축물을 만들어 임대료를 받겠다고 맞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매화마을 주민들이 시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장 임대 수입을 올리지 못하게 되는 위기감에서다. 주민들은 고령화로 인해 직접 야시장을 운영하긴 어려운 상황이며, 사유지에 대한 사용 권리를 시가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일부 바가지요금 사례를 침소봉대하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시의 조치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사유지에 외지 상인들로부터 임대료를 받고 야시장을 설치했다.

광양시는 이를 두고 불법 건축물이라며 철거를 예고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축제가 끝나는 이번 달 20일까지 매화마을 노인정 주변에 집회를 신고하고 강력 대처하겠다며 으르장을 놓고 있다. 

광양시는 올해 축제기간 주민 소유 토지를 임대해 외지 상인들이 운영하는 야시장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사유지에 대한 가설건축물 허가가 '절대 불가하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지난해 3월 광양매화축제장에 몰린 인파 ⓒ시사저널

주민들 "침소봉대…굶어 죽으라는 소리" 반발

해당 주민들은 집회신고와 함께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경우 경운기나 트랙터 등으로 진입로를 막는 등의 집단행동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야시장 업체들이 야간시간을 틈타 천막을 설치해 시는 지난달 27일 가설건축물 철거 계고장을 발부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현장에서 계고장을 찢는 등 불법으로라도 야시장 운영을 강행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매화마을 김정수(62) 이장은 "축제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음식에는 이미 가격표를 부착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바가지요금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1년 내내 축제만 기다려왔던 매화마을 주민들에게 굶어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소리"라고 분개했다. 그는 "시가 주민과의 상생을 거부한 채 강경대응으로 일관한다면 집회 등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축제 기간 농사일을 자제해 왔던 주민들도 경운기와 트랙터 등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처음으로 축제를 유료화한 광양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전국적인 흐름으로 봐도 사유지에 야시장을 여는 축제장은 거의 없어졌다"며 "매화마을 주민들이 축제 개최에 어깃장을 놓는다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료화로 인해 컨텐츠를 보강한 만큼 최대한 주민들을 설득하고 축제가 원활하게 진행돼 전국적인 축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양매화축제는 오는 8일부터 17일까지 '광양 매화, K-문화를 담다'를 주제로 다압면 매화마을 일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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