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협상 삐걱거리는데…서안지구 정착촌 확대 승인한 이스라엘
팔 자치정부 “폭력 계속될 것이란 신호”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 등 국제사회가 완강히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확대 강행 의사를 6일(현지시간) 재확인했다. 난항을 겪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휴전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이스라엘 내각 대표적인 극우 인사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이 서안지구 정착촌 3곳에 주택 3400채를 추가로 건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서안지구 정착촌 인근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괴한 총격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1명이 사망하자 “정착촌을 확장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오릿 스트룩 이스라엘 정착촌 담당 장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의 의지로 우리의 국가를 건설하겠다”라며 관련 계획을 조속히 수행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을 불법 점령했고, 지금까지 160여개의 정착촌을 만들어 70만명 이상의 이스라엘인을 이주시켰다. 유대인 정착민들은 이스라엘군 보호 속에 기존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잦은 마찰을 일으켰는데, 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휴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스라엘 정부의 정착촌 확장 계획 승인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폭력과 전쟁의 소용돌이가 계속될 것이란 신호”라고 비판했다. 전쟁 국면에서 메시지를 아껴온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러한 움직임은 모든 국제 결의안, 인권법, 유엔 헌장을 위반한 것”이라며 “역내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려는 노력에 반한다”고 밝혔다.
특히 ‘두 국가 해법’을 강조하며 정착촌 확대 정책에 반대해온 미국은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3일 “이스라엘 정착촌은 국제법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자제를 요구했지만, 이스라엘이 이를 무시한 모양새가 됐다.
한편 휴전 협상은 전날 ‘카이로 회담’ 결렬 이후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는 10일 시작하는 이슬람 금식 성월 라마단 이전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희망이 점점 어두워졌다”고 전했다. 다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마스가 (중재안에) 서명하도록 하는 문제만 남았다”며 여지를 남겼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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