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사시험 문의도 7배”…‘사직 전공의’ 병원 취직 가능할까

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병동 입구에 병동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이어지면서 주요 병원들은 병동을 축소 운영하거나 남은 직원들로부터 무급휴가 신청을 받으면서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전공의 일부에선 해외 의사 면허 취득, 일반 병·의원 취직 등 사직 이후를 준비하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해외 의사 면허 취득 등 일부 경로의 경우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적잖은 어려움이 따르리라는 평가가 많다.

해외 의사 자격 취득의 경우, 통상 미국이나 일본행을 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에 견줘 수련환경이 좋고, 의료 수준이 뛰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언어 장벽은 낮기 때문이다. 미국 의사면허시험 전문가인 장준희 지메스컨설팅 대표는 7일 한겨레에 “전공의 사직 사태를 기점으로 관련 문의가 6∼7배 정도 늘었다”며 “안 그래도 미국 의사 자격시험에 관심 있던 의사들이 많았는데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이 일종의 기폭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이탈로 의료공백이 계속되고 있는 7일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비뇨기과 병동이 폐쇄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면허 정지 이력’이 전공의들의 해외 취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지만, 영향이 크지 않다는 설명도 많다. 미국과 일본 모두 국내 의대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해당국 면허시험을 통과하면 의사로 일할 수 있다. 미국 의사면허시험(USMLE)에 응시하려면, 외국의대졸업자교육위원회(ECFMG)가 인증한 의대를 졸업해야 하는데, 국내 의대는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일본 의사국가시험(JMLE)도 외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거나, 의사면허를 취득한 사람에게 응시자격을 준다. 일본은 서류 전형 과정에서 의사 면허 사본을 요구하지만, 면허 정지 이력이 표기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들 의사면허시험을 준비하는 데 수년의 시간이 걸리고, 그 전에 병역 문제도 해결해야 하므로 쉽사리 해외행을 선택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군 미필’ 전공의들은 수련 과정을 마친 뒤 군의관으로 입대하는 것을 조건으로 병역을 연기 중인데, ‘수련 중단 시’ 가까운 시일 내에 입영해야 한다.

한편에선 당장 전공의 중 일부가 일반 병·의원에 구직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서울시의사회가 최근 누리집에 연 구인·구직게시판에는 자신을 ‘사직 전공의’라 지칭하며 구직을 원한다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규정 위반’으로 보고 징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14조)상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이 아닌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하거나 개원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7일 전공의 집단 사직이 시작되기 전, 각 수련 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를 명한 바 있다.

이에 전공의들은 민법 660조에 따라 사직서를 내고 한 달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맞서지만, 해당 조항은 ‘고용 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자’에 한한다. 수련 기간이 정해진 전공의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