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어 교수도 이탈 조짐… 간호사들도 심폐소생술 한다
의료공백 메우기 위해 간호사 업무범위 확대지정
의대 교수들은 연이어 성명 발표…
“복지부나 대학본부나 분노”
병원 의료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8일부터 간호사들도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응급 약물을 투여할 수 있게 했다. 전공의들이 진료 현장을 떠난 상황에서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현장을 떠날 조짐이 보여 정부와 의료계 간 대치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7일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공개했다. 이 지침에 따라 전국 수련병원장은 간호사의 숙련도와 자격 등에 따라 업무범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다. 간호사를 숙련도와 자격에 따라 전문간호사·전담간호사·일반간호사로 구분해 각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범위를 설정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 후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간호사가 일부 의사 업무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시범사업을 지난달 27일부터 실시했다. 이번 지침은 의료 현장에서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지정하고 법적 보호를 재확인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마련됐다. 건강 문제 확인·감별, 검사, 치료·처치 등 총 10개 분야에서 98개 진료지원 행위를 간호사들이 할 수 있게 정했으며 이번 지침은 종합병원과 전공의들이 속한 수련병원의 간호사들에게 적용된다.
진료 현장을 떠난 의사의 복귀는 더 요원해지고 있다. 의대 교수들마저 신입생 증원에 반발하며 공동성명을 내고 단체로 사직서까지 제출하는 등 집단행동 수위가 높아졌다. 가톨릭대 의대 학장단은 이날 대학본부의 ‘의대 증원 신청’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며 전원 사퇴서를 제출했다. 정연준 학장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11월 대학본부가 제시한 ‘100%(93명) 증원’ 대신 현실적으로 가능한 규모를 반영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지난번과 같은 수로 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100% 증원은 주요 의과대학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전원 휴학 및 유급의 사태를 막을 길이 보이지 않는다. 예과 1학년은 전원 유급이고 내년에는 현 정원의 3배수가 동시에 수업받아야 하기에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원광대 의대, 영남대 의대 교수들도 증원과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는 정부의 의대 증원이 현행 고등교육법에 위배된다며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협의회 측은 “정부의 증원 처분은 교등교육법령이 정한 대입 시행계획변경 기한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고등교육법 강행규정을 위반했으므로 위법할 뿐 아니라 당연 무효”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전날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1285억원 규모의 예비비를 투입하기로 했다. 복지부 1254억원, 국가보훈부 31억원을 투입해 비상진료대책 등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예비비의 절반에 가까운 580억원을 상급종합병원 등의 교수·전임의 당직 근무와 비상진료인력의 인건비로 쓰고 인력난에 시달리는 의료기관에 군의관을 파견하는 데도 59억원을 투입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공의 집단행동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며 의대 증원에 물러설 뜻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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