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통법 폐지 수순에 비상등 켜진 알뜰폰…"이용자들이 알뜰폰 찾겠나"

윤정민 기자 2024. 3. 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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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이동 시 최대 50만원 지원금 허용=알뜰폰 유입 감소"
알뜰폰 업계 "단통법 폐지 따른 알뜰폰 지원 정책 필요"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알뜰폰 전용 오프라인 홍보관 '알뜰폰스퀘어'. 2024.01.02. siming@newsis.com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정부의 가계통신비 정책이 '번호이동' 경쟁을 촉진하는 형태로 추진되면서 알뜰폰 업계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간 가입자 뺏기 경쟁이 가열될 경우 그만큼 알뜰폰으로의 유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6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용자들이 번호이동을 통해 통신사를 갈아탈 경우 지원금 외 최대 50만원 규모의 전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방통위는 오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고시안을 의결할 예정인데 의결 시 14일 관보에 게재되면서 효력이 발휘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이동통신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을 촉발해 스마트폰 구입비 등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알뜰폰 업계는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이용자 수 감소 등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운 알뜰폰이 국내 가계통신비 인하에 적잖이 기여했는데 정부의 이번 정책으로 알뜰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이는 이동통신 3사 체제를 고착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울=뉴시스]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무선통신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휴대폰 회선수가 총 78만여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알뜰폰은 매월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해 순증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알뜰폰은 이통3사보다 저렴한 요금제로 가입자 수를 늘려왔다. 지난해 12월 기준 이통3사 휴대전화 회선 수는 4744만2178개로 전년 대비 1.6%(78만5317개) 줄어든 가운데 알뜰폰 휴대전화 회선 수는 전년 대비 144만9148개(19.9%) 늘어난 872만1548개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2분기에 진행됐던 알뜰폰 '0원 요금제'로 번호이동이 활발히 이뤄졌다. 일정 기간 무료 요금 혜택을 주는 프로모션인데 당시 2분기 알뜰폰 업체 간 번호이동자 수는 전 분기 대비 52.7% 증가한 47만5476명을 기록했다.

알뜰폰 업계는 단통법 시행령 개정으로 이러한 알뜰폰 시장 경쟁이 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0원 요금제는 대체로 이통3사의 마케팅 지원 확대로 가능했는데 이제 이통3사가 알뜰폰 업계에 투자하는 마케팅 예산을 줄일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통3사는 자사가 도매제공하는 알뜰폰 요금제 수익을 더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중소 알뜰폰 업체에 마케팅비를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통3사가 보조금을 자유롭게 풀 수 있게 되면서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가 높은 5G 요금제 가입자를 더 많이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한정된 자원을 LTE 위주인 알뜰폰 시장 대신 이통사 간 경쟁에 집중 투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알뜰폰 업계 일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뉴시스] 알뜰폰 브랜드 고고모바일은 KT망 요금제 1종을 3개월간 무료로 제공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4개월간 의무 가입이 있으며 중도 해지 시 할인반환금이 발생한다. (사진=고고모바일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미 알뜰폰 시장은 경쟁 위축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알뜰폰 요금제 비교 사이트 '알뜰폰허브'에 게재된 0원 요금제 상품은 없다. 일부 알뜰폰 업체가 자사 웹사이트에 0원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으나 한 요금제는 3개월 간 무료로 제공하면서도 4개월 의무 약정을 부여해 가입 시 요금을 최소 2만2000원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번호이동 수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알뜰폰으로 이동한 번호이동자 수(알뜰폰 간 번호이동 포함)는 22만2005명으로 전월 대비 19.3% 줄었다.

국회, 시민단체 등은 단통법 시행령 개정 시 알뜰폰 업계에 큰 피해를 야기하며 결국 통신시장 경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YMCA는 7일 논평을 내고 "이용자의 전환 비용과 무관하게 동일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어 알뜰폰 사업자의 큰 피해를 야기할 위험성이 있다"며 "알뜰폰 가입자가 이통3사로의 이동을 과도하게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해 알뜰폰 사업 기반 자체가 위축되거나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달 20일 한 보고서를 통해 "알뜰폰과 소형 유통점이 무너지면 장기적으로는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 시장의 경쟁이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며 단통법 폐지 후 사후 규제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지난 6일 정기총회를 열었다. 김형진 협회장(세종텔레콤 회장)은 "가계통신비 절감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확인된 알뜰폰에 대한 정부의 일관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세종텔레콤 회장)은 지난 6일 열린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정기총회에서 "가계통신비 절감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확인된 알뜰폰에 대한 정부의 일관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며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정부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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