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으로 그린 태양의 꽃, 해바라기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3. 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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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가득 꽃이 만발했다.

해를 향해 고개를 든 태양의 꽃, 해바라기다.

오용길 화백(78·이화여대 명예교수)은 2년 전 안성 팜랜드를 방문했다가 국내에서 보기 드문 해바라기꽃으로 가득한 풍경을 목격하고 손뼉을 쳤다.

특히 늦여름 개화하는 해바라기꽃은 수묵으로 그렸지만 생동하는 기운으로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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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작화랑 오용길 개인전
‘계절의 향기’ 등 신작 선보여
계절의 향기-해바라기 [청작화랑]
지평선 한가득 꽃이 만발했다. 해를 향해 고개를 든 태양의 꽃, 해바라기다. 오용길 화백(78·이화여대 명예교수)은 2년 전 안성 팜랜드를 방문했다가 국내에서 보기 드문 해바라기꽃으로 가득한 풍경을 목격하고 손뼉을 쳤다. “풍경을 볼 때 이게 그림이 될까 안될까부터 생각하는데 이건 보는 순간 알았다. 그림이 된다.”

그의 철학에 따르면 화가는 실재하지 않는 풍경을 그려야 한다. 그는 “눈으로 보면 기가 막힌 데 사진으로 담으면 영 아닌 경우가 많다. 그걸 내가 기억으로 되살려서 마음에 드는 풍경으로 만들어낸다. 좋은 그림은 뻥을 쳐야 한다. 조형적인 구도를 만들려면 없는 것을 넣고, 필요 없는 걸 빼기도 한다”고 말했다.

봄이면 화사한 풍경화를 가지고 꾸준히 개인전을 열어온 원로 수묵화가 오용길 화백이 청작화랑에서의 8번째 개인전을 3월 20일까지 연다. 벚꽃과 산수유가 만발한 봄의 풍경을 중점적으로 선보였던 지난 전시와 달리 이번에는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 느낄 수 있는 ‘계절의 향기’ 연작을 새롭게 선보인다. 특히 늦여름 개화하는 해바라기꽃은 수묵으로 그렸지만 생동하는 기운으로 충만하다.

27세인 1973년 국전에서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받은 이후 월전미술상, 선미술상, 의재 허백련 예술상 등 동양화가에게 주어지는 영예로운 상을 휩쓴 그는 “은퇴한 이후에는 예술의전당 아카데미에서 동양화 수업을 이틀 하는 걸 제외하면 마음 내키는 대로 그림만 그리면 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삶을 보내고 있다”라며 웃었다.

작년 컬렉터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벚꽃과 산수유 그림도 ‘봄의 기운’ 연작으로 이번에도 변주되어 걸렸다.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이 많지만 상상의 풍경화도 있다. 밀양의 금시당을 찾았을 때는 가을이었지만 벚나무들을 보며 4월의 벚꽃을 상상해서 그려넣기도 했다. ‘계절의 향기-유채밭’도 유채꽃을 상상해서 풍경 속에 새겨넣었다.

서양화처럼 덧칠해서 고칠수도 없는 화선지 위에 붓으로 꽃잎을 일일이 그려넣는 작업이 손쉬울리가 없다. 그는 “학창시절에도 늘 선생님 가르침을 묵묵히 따르는 모범생이었는데 그림을 보면서도 성실성을 좋아해주는 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오용길의 풍경이 정겨운 이유는 그 계절의 색과 표정을 놓치지 않고 일일이 붓끝으로 낚아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선 자연의 맑고 청명한 기운으로 포착된 일상의 파라다이스를 만날 수 있다”라고 평했다.

봄의 기운 -금시당 [청작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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