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3.2세’ 낮아진 증권가 CEO…젊은 피로 새 진용 꾸려

조문희 기자 2024. 3. 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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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임기 ‘10년’ 장수 CEO들, 지난 연말부터 연쇄 퇴진
10대 증권사 중 7곳 ‘세대교체’…현장형 CEO 전면에
젊은 사령탑 업은 증권가, 실적‧리스크 관리 나설 듯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올해 2분기부터 국내 증권가를 새롭게 이끌어 갈 최고경영자(CEO) 진용이 꾸려졌다. 자기자본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에서 7명의 CEO 교체가 이뤄졌다. 현장 경험 풍부한 젊은 CEO를 전면에 내세운 증권가는 실적 악화 분위기를 털어내고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평균 임기 9.3년 만에 자리 내려놓은 증권가 '장수 CEO'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금 상위 10위 증권사 가운데 CEO 교체를 확정한 곳은 7곳(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메리츠‧키움), 연임을 결정한 곳은 2곳(신한투자‧대신)이다. 나머지 한 곳인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로, 아직 교체를 결정할 시기가 아니다.

교체된 CEO는 대부분 '장수 CEO'다. 미래에셋증권은 창업 멤버인 최현만 전 회장이 26년 만인 지난해 10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메리츠증권에서는 14년 동안 임기를 이어온 최희문 전 대표가 지난해 11월 후임자에 자리를 내줬다. 최근 용퇴를 밝힌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도 지난 6년간 회사를 이끌어왔다. 10대 증권사에서 이미 물러났거나 교체가 예정된 전 CEO들의 평균 임기는 9.3년이다.

라임 펀드나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 같은 리스크도 CEO 교체에 영향을 미쳤다. KB증권의 박정림 전 대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3개월 문책경고 처분을 받은 뒤 자진 사임 의사를 밝혔다. 키움증권은 대규모 주가조작 의혹을 불러일으킨 라덕연 사태와 영풍제지 사건 등에 잇따라 휘말리며 황현순 전 대표가 사의를 표명했다.

연임이 확정된 CEO는 신한투자증권의 김상태, 대신증권의 오익근 대표다. 교체와 연임을 가른 기준은 '실적'이란 평가다. 두 증권사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나 해외 부동산 리스크, 홍콩 ELS(주가연계증권)와 CFD(차익결제거래) 등 증권가를 휘감은 각종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국내 10대 증권사 새 CEO ⓒ각 증권사 제공

평균나이 57.2세 새 CEO…역대급 '실적 경쟁' 예고

새롭게 사령탑에 오른 신인들은 대체로 젊은 편이며,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새 대표 자리에 이미 올랐거나 내정된 8명 인사들의 평균 나이는 57.2세로, 기존 CEO들의 평균 나이 60.4세보다 3.2세 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한 각 증권사는 이들 새 CEO를 중심으로 치열한 실적 경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증권에는 김미섭‧허선호 각자대표 체제가 들어섰다. 김미섭 대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해 그룹에서 해외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꼽히고, 허선호 대표는 WM(자산관리) 분야에 특화된 인물이다. KB증권도 김성현‧이홍구 각자대표 체제를 확정했으며, 각각 IB(투자금융)와 WM 부문을 책임질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김성환 대표를 선임했다. 김 대표는 한국투자증권 역사상 최연소 전무가 된 인물로, '1세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전문가'로도 불린다. 삼성증권은 삼성생명 금융경쟁력제고TF장 출신의 박종문 사장을 새 대표로 내정했다.

리스크 관리에 특화된 인물이 전면에 내세운 증권사도 있다. 지난해 취임한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는 삼성증권과 메리츠금융지주·메리츠화재 등에서 최고리스크관리자(CRO)를 역임한 인물로, 업계 내 대표적인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키움증권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엄주성 대표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부터 단행했다.

업계에선 아직 후임을 확정짓지 않은 NH투자증권에 이목이 쏠린다. 숏리스트에는 윤병운(IB1사업부 대표)·유찬형(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사재훈(전 삼성증권 부사장) 3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국내 주요 증권사 중에는 교보증권이 박봉근 대표 교체를 확정했고, SK증권은 김신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하이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도 현 홍원식‧곽봉석 체제의 교체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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