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과대포장 규제마저 2년 연기···환경부, 자원재순환 정책 줄줄이 포기

김기범 기자 2024. 3. 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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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해 9월 19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작업자들이 택배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다음달 30일 시행 예정이던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2년 연기했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1회용품·택배 포장 등 규제를 잇따라 연기하거나 백지화하는 일을 두고 자원재순환 정책을 포기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환경부는 택배 과대포장 규제 내용을 담은 ‘일회용 수송포장 방법 기준’과 관련해 계도기간을 2년간 운영하면서 단속을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새로운 택배 포장 기준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 2022년 4월30일 개정된 데 따라 올해 4월30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다. 이 규칙에 근거한 ‘일회용 수송포장 방법’은 소비자에게 수송될 때 사용되는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포장 횟수(1회 이내)와 포장공간 비율(50% 이하)을 도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규제 대상은 약 132만개의 유통업체, 1000만개 이상의 제품 등으로 추정된다. 다만 개인간 거래, 해외 직구는 규제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가로, 세로, 높이의 합이 50㎝ 이하인 포장’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포장 공간비율은 상자 등의 내부에서 제품이 차지하지 않는 빈 곳의 비율을 말한다.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어기면 1년 내 횟수에 따라 100만~300만원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도록 했다.

환경부는 유통업계의 여건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업계가 시행기준을 토대로 포장방법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이행하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제도의 현장 적용성을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계도기간을 둬 시행을 유예하자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자원재활용 정책을 줄줄이 포기하거나 연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법 개정 후 시행까지 2년의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다시 2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미 플라스틱, 일회용품 감축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민들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정책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환경부는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매장 내 종이컵 등 사용 금지 계도기간 종료를 보름가량 앞두고 일회용품 사용제한 대상 품목에서 종이컵을 제외했다. 비닐봉지 사용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하고,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금지의 계도기간도 사실상 무기한 연장시켰다.

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환경부는 업체들의 의견 제출·조율을 핑계로 제도 시행 두 달을 앞두고 수송 포장재 정책을 포기했다”며 “2년간 환경부와 업계가 27차례 간담회를 했음에도 준비를 못했다면 명백하게 환경부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이어 “준비가 되었음에도 업계의 요구에 시행을 포기한 것이라면 환경정책 포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국민의 안전을 무시하고 무책임한 환경정책을 펼치고 있는 환경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또 연매출액 500억원 미만 업체는 규제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택배 물량을 조사한 결과, 국내 택배 물량의 약 40%는 상위 10여개 업체가 차지하고 있고, 연매출 500억원 미만인 업체가 처리하는 택배 물량은 10% 미만으로 추정된다는 이유다. 환경부는 중소업체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규제대상에서 제외하고, 대규모 업체의 자율적인 포장재 줄이기 노력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오는 8일 대형 유통기업 19개사와 포장폐기물 감량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밖에 환경부는 보냉재는 제품에 포함시켜 포장공간비율을 산출하고, 보냉재와 제품을 밀착시키기 위해 비닐봉투로 포장한 것은 포장횟수에 포함시키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포장재를 회수해 재사용한 경우나 소비자 요청으로 선물 포장한 경우는 포장횟수 또는 포장공간비율 기준을 적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 같은 규제 예외사항은 다음달 가이드라인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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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1200300085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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