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人문화] 자유로움 뒤 숨겨진 인간의 사색

美 팝아트 작가 스티븐 해링턴 韓 첫 개인전
캐릭터 '멜로' 통해 내면 메시지 전해
무게 덜고 재미 더해 사회문제 등 제기
나이키·이케아·이니스프리 등 협업

스티븐 해링턴이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개인전 소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스티븐 해링턴이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전시 공간에 맞춰 제작한 조각 작품. 사진=박은희 기자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7일 개막한 '스티븐 해링턴: 스테이 멜로' 전시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스티븐 해링턴이 전시장에 놓인 거대한 멜로 조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스티븐 해링턴이 조각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의 풍경과 문화가 스민 작업세계로 주목받고 있는 미국 팝아트 작가 스티븐 해링턴(45·사진)이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현대미술 기획전으로 7일부터 선보이는 '스티븐 해링턴: 스테이 멜로'는 캐릭터가 혼재하는 다채로운 색감의 작업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운다.

잠재의식을 상징하는 캐릭터인 '멜로'와 야자수를 모티프로 한 '룰루'가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지난 5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멜로에 대해 "드로잉 작업을 많이 하던 2015년께 인간의 형상으로부터 자유로운 캐릭터를 창조하고 싶었다"며 "저뿐만 아니라 누구든 자유 의지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로 만든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에는 'Getting Away' 'Stop to Smell the Flowers' 연작을 포함한 회화, 조각, 판화, 드로잉, 스케치북 60여 점과 디자인 작품 100여 종을 출품했다. 가로 10m·세로 4.5m 크기의 대형 회화도 자리하고 있다. 멜로는 전시장 곳곳에서 거대한 조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전시 초반에는 최신작인 대형회화에 초점을 맞췄고 좀 더 들어가면 드로잉·스케치·초기 판화 작업을 통한 창작과정을 볼 수 있다"며 "후반부에는 파트너십을 맺고 협업했던 작업들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다채로운 색감으로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그의 작품들은 이면에 오랜 시간 고민한 삶의 균형, 불안, 잠재의식 등에 대한 사색이 담겼다. 작가는 "드로잉을 많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단순화된 만화적 이미지를 많이 그리게 됐다"며 "그런 이미지들이 관람객을 좀 더 유기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관람객을 사로잡은 다음 명상이나 환경·사회 문제 등 좀 더 심각한 주제를 얘기할 수 있다"며 "그래서 첫눈에는 작품들이 의도적으로 유희적이고 재미있는 모습을 띤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삶의 문제들과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서 작업을 하고 있다"며 "제 작품을 통해 그러한 것들을 연결해 함께 대화하고 의미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작가는 나이키의 한정판 운동화, 베이프의 베어브릭 피규어, 몽클레르, 이케아, 유니클로, 이니스프리 등과 함께해 여러 작업물을 내놓았다. 그는 "다른 주체들과 같이 작업을 하는 것을 즐긴다"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어서 과정을 즐기면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스스로 충만해짐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상업적 브랜드와의 협업과 제 예술작업이 구분되지는 않는다"며 "상품들이 자연사 박물관에 있는 유물과 다를 바 없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예술'이라는 인류공통의 언어로 미술관, 작가, 관람객이 소통하는 공간이다. 1층 아트리움에는 미술관 로비와 뮤지엄숍이 있다. 세계 각국의 미술관·박물관의 전시 도록을 열람할 수 있는 전시 도록 라이브러리(apLAP)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지하 1층에 마련된 전시실에서는 고미술과 현대미술, 그리고 한국과 전세계 미술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기획전이 펼쳐진다.

박은희 문화전문기자 eh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