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있는 여성 10명 중 7명 “돌봄 환경, 정부 지원 불만족”

8일 ‘세계 여성의 날’ 앞두고 여성단체 설문 조사
“높은 사교육비 부담…노동환경도 개선해야”

자녀가 있는 결혼한 여성 10명 가운데 7명은 아이를 키우기 위한 돌봄 환경이 열악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여성연대‧주부유니온 등이 ‘세계 여성의 날(3월8일)’을 앞둔 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자녀를 키우는 30대 이상 기혼여성 1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우리나라 돌봄 환경과 정부 지원에 ‘불만족’(‘매우 불만족’ 포함)한다’고 답한 비율이 72.2%에 달했다.

◆합계 출산율 OECD ‘최하위’…“높은 사교육비 가장 부담”=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10년 연속 가장 낮은 순위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는 0.72명으로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실정이다. 저출생의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돌봄 공백 ▲사교육비 부담 등이 꼽힌다.

실제로 조사 참여자들은 자녀를 돌보는데 힘든 점(복수응답)으로 ‘높은 사교육비’를 꼽았다. 이 비율은 53.5%로 2명 가운데 1명은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지 못하는 어려움 38.9% ▲경력단절과 일자리 변경으로 인한 자존감 하락 38.9% ▲가사·돌봄 노동 분담 불균형으로 인한 스트레스 37.5%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 37.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맞벌이 부부들은 한명이 자녀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 경력 단절로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많은 이유다.

상황이 이러하자 현실적인 문제로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다. 설문에 참여한 46.5%는 20∼30대 청년들이 출산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사회적 지원이나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한 결정’이라고 답했다.

◆출산율 제고 위한 다양한 지원 있지만…“노동환경 유연화 필수”=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출산지원금을 비롯해 출산육아기 고용안정장려금(고용노동부), 서울형 육아휴직 장려금, 주택구입시 이자감면 등의 제도가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자녀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을까.

가장 필요한 정부 지원(복수응답)으로는 ‘돌봄이 가능한 노동환경 조성’을 꼽은 응답자가 65.3%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는 ▲주4일제 ▲출·퇴근 유연제 ▲유급 돌봄휴가 등이 포함된다. 다음으로는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꾸준한 양육비 지원’이 56.9%로 2위에 올랐다.

자녀를 출산한 후 일을 그만 둔 이모씨(38)는 “아이가 어릴 때는 수시로 돌발 상황이 생겨 출산 후 회사에 복직을 했지만 결국 2년 만에 퇴사했다”며 "일도 하고 아이도 키우면서 정신 없이 살았지만 ‘죄송하다’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집안일을 해결해야 할 상황도 생기고 아이한테도 신경을 많이 못써줘서 미안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자존감도 낮아지고 체력적으로도 한계가 와서 결국 퇴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성단체들은 저출생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해 안정적인 돌봄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국여성연대 관계자는 “‘여성이 돌봄을 더 잘할 것’이라는 성별 고정관념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고, 장시간 노동은 결국 여성이 ‘독박 육아’를 하게 만든다”며 “정치인들이 돌봄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