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신부전 환자들의 낙원 '제주 라파의집' 폐쇄 위기 왜?
만성신부전 환자 종합요양시설인 제주 라파의 집. 이틀에 한 번씩 신장 투석을 해야 하는 터라 맘 편히 여행을 다니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17년 가까이 '낙원'인 곳이다. 대부분 후원을 통해 운영되는데 재정 악화로 폐쇄 위기에 놓였다. 환자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치료와 여행까지…환자들 심신 회복
제주 라파의 집은 재단법인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가 2007년 설립했다. '라파'는 히브리어로 '치유하다'는 뜻으로 만성신부전 환자들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환자들이 신장 투석과 함께 관광지 여행도 하며 '힐링'할 수 있는 시설이다.
만성신부전 환자들은 이틀에 한 번씩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주는 혈액투석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신장을 이식받기 전까지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치료방법이다. 투석 치료에 묶여 살 수밖에 없는데, 라파의 집에서는 치료도 받고 여행도 할 수 있어 환자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인 라파의 집에는 21대의 혈액 투석기를 갖춘 혈액투석실이 있다. 의사 1명과 간호사 4명이 늘 상주하고 있으며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치료가 이뤄진다. 54개의 객실마다 화장실과 침대, 침구가 마련돼 있다. 에어컨과 함께 텔레비전도 있어 호텔 객실 부럽지 않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장 기증을 한 박진탁 이사장은 "옛날에 서울에서 만성신부전 환자들을 대상으로 투석 치료를 지원하는데 환자들의 소원이 자유롭게 여행하는 게 꿈이더라. 어떻게 도와드리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다들 제주 여행을 꿈꾸니 이곳에 라파의 집을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투석치료뿐만 아니라 숙식도 제공된다. 특히 집과 병원을 오가며 끝도 없는 투병생활을 하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제주 여행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사실상 대부분 무료다. 매주 20여 명~30여 명의 환자와 보호자가 방문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다녀간 환자는 9000여 명에 달한다.
재정 악화에 폐쇄 위기…"후원 절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 따르면 매년 인건비, 약제비 등 시설 운영비로 모두 14억여 원 소요된다. 이 중 건강보험공단 부담금이 6억여 원 정도인데 나머지는 대부분 재단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라파의 집 목적 후원금은 3000만 원여 원에 불과해 누적 결손금만 32억 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라파의 집이 폐쇄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에 환자와 보호자들은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홈페이지에는 '라파의 집 폐쇄를 막아 달라'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4년째 라파의 집을 이용한다는 만성신부전 환자 김연희(73)씨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건 병원 진료도 있지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제주 올 때마다 여행 온 기분이라 라파의 집이 그동안 천군만마 같았다. 없어진다고 해서 섭섭했다. 없애면 안 된다.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다음 달부터 문을 닫는 것으로 논의됐지만, 환자와 보호자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이사회는 최근 회의를 열어 올해 12월까지 더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연말까지 재정상황 개선 등 자구책을 마련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그때 폐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김동엽 상임이사는 "저희 본부에서 라파의 집 운영뿐만 아니라 장기기증 운동, 장학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라파의 집 운영으로 다른 사업이 위축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저희도 계속 운영하고 싶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후원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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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고상현 기자 koss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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