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원년 될까…2024 주총 관전 포인트
[한경ESG] 이슈 브리핑
2024년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됐다. 다각적으로 이뤄지는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노력이 그 결실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활발한 행동주의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으며, 기업의 자체적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일반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한 규제 변화까지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번 정기주총 시즌은 지난해에 이어 행동주의 펀드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재확인하는 자리이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물산은 3월 15일 개최할 예정인 정기주총에서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가 상정한 주주제안 안건을 채택했다.
씨티오브런던인베스트매니지먼트(CLIM),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Whitebox Advisors), 안다자산운용 등 5개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과 보통주 주당 4500원, 우선주 주당 4550원의 현금배당안을 공동 제안했다. VIP자산운용 또한 올해 초 삼양패키징 측에 자사주 소각을 통한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요구했고, 삼양패키징은 2월 16일 4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으며, 2025년 전량 소각 예정임을 밝혔다.
자사주 취득과 소각 초점
올해 행동주의 캠페인은 ‘주주환원을 위한 자사주 취득 및 소각’과 ‘이사회 내 독립성 및 다양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올해도 7개 상장 은행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주주 서한을 발송했는데, 해당 주주 서한에는 지난해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 등을 준수할 것과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요구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가장 효과적인 주주환원 정책은 배당이 아닌 자사주 매입과 소각임을 강조했고, 은행지주 이사회 구성원이 학계와 남성에 편중된 현상을 지적하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및 여성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은행지주회사 대부분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전년 대비 상향된 주주환원율을 보인다. 이번 정기주총을 통해 다양성이 확보된 이사회 구성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소유분산 기업 중 이번 정기주총을 통해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KT&G와 포스코홀딩스에도 이목이 쏠린다. 특히 지난해 KT 경영 공백 사태를 계기로 소유분산 기업에 대한 주주의 주주권 행사 방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KT&G와 포스코홀딩스 모두 연임 우선심사 제도(연임 의사를 밝힌 현직 대표이사를 다른 후보자에 우선해 심사할 수 있는 제도)를 폐지하고 대표이사 후보 심사 과정에 외부 인사의 의견을 반영하는 등 지난해 KT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제기된 절차적 공정성 및 독립성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 나섰다.
지난 2월 8일 포스코홀딩스는 임시이사회를 통해 장인화 전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 2월 22일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방경만 수석 부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확정했다. 두 기업 모두 지배구조 관련 이슈가 불거진 상황으로, 경우에 따라 이 이슈들이 이사 선임에 대한 주주의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T&G의 경우 지난 1월 행동주의 펀드 플래시라이트파트너스(FCP)가 전·현직 경영진이 경영권 강화 목적으로 자사주를 자사 공익법인에 무상으로 증여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며 1조원대의 이사 책임 추궁 소 제기 청구서를 발송했다. 이에 KT&G 이사회는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등 이사의 주의 의무 위반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소 제기를 하지 않기로 했으나, FCP는 최근 전·현직 이사 21명을 상대로 주주 대표 소송을 진행할 계획을 밝힌 상태다.
포스코홀딩스의 경우에도 해외 이사회 개최와 관련해 일부 임원들이 업무상 배임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고발 조치된 상태다. 이처럼 두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이후 제기된 논란이 이번 정기주총 표심에 어떻게 반영될지 관심이 쏠린다.
완전 전자주주총회 도입 영향은
한편 일반주주를 위한 정부의 제도 개선 움직임이 향후 정기주총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일으킬지도 관심을 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된 완전 전자주주총회 및 병행 전자주주총회 도입안이 대표적이다. 이는 기업이 정관에 따라 전자통신 수단을 이용한 완전 전자주주총회, 주주가 주주총회 소집 장소 출석과 전자통신수단 출석 중 선택할 수 있는 병행 전자주주총회 중 택일해 개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완전 전자주주총회 도입의 경우 주주총회 참석률 증가와 함께 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용이해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온라인상 주주의 질문을 기업이 무시 또는 선별해 답변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 외에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의무 공시 대상 범위가 확대되는 등 일반주주의 정보 접근성도 한층 개선될 것으로 보여 향후 의결권 행사 시 해당 정보의 활용 가능성이 커졌다.
일반주주의 권익 향상을 위한 또 다른 개선책으로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의 의결권행사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꼽을 수 있다. 금투협의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은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실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것으로, ESG 요소가 추가됐다.
최근 의결권 자문사들도 이사 재선임 후보에 대한 의견 권고에서 기업의 ESG 성과를 점차 중요한 적격성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서스틴베스트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재선임 이사 후보의 적격성을 판단할 때 분석 기업의 ESG 리스크 관리 성과를 함께 평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금투협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탄소중립 기본법 근거를 바탕으로 온실가스 할당 대상업체 및 목표 관리업체에 해당하는 기업의 기후 성과를 이사 후보 재선임 안건 분석 시 추가 판단 기준으로 포함하는 등 관련 가이드라인을 한층 강화했다.
함예형 서스틴베스트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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