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143㎞ 쾌투' 류현진 개막전 정조준, 6만명 주목했다…'148㎞' 문동주도 안 밀렸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류현진(37, 한화 이글스) 4172일 만에 대전 마운드 복귀전을 치렀다. 류현진의 복귀를 절실히 기다린 국내 야구팬 6만명은 현장 관람은 불가능했지만, 구단TV로 중계된 이 경기를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류현진은 7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청백전에 홈팀 선발투수로 등판해 3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직구는 최고 구속 143㎞, 평균 구속 141㎞를 기록하면서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 때보다 끌어올렸다. 커브(10개)와 체인지업(9개), 커터(4개)를 섞어 던지면서 예정 투구 수였던 50구에 조금 못 미친 46구를 던졌다. 이날 경기는 올해부터 KBO리그에 도입되는 ABS(자동볼판정시스템)가 적용됐는데, 류현진은 스트라이크 30개 볼 16개를 기록하면서 제구 마스터다운 제구력을 뽐냈다.
비공식 대전 복귀전이었다. 류현진은 마지막 대전 등판이었던 지난 2012년 10월 4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전을 끝으로 KBO리그 커리어를 중단했다. 청백전이긴 하지만, 류현진은 이날 4172일 만에 대전 마운드를 밟으면서 국내 복귀를 실감했다.
한화는 홈팀과 어웨이팀으로 나눠 청백전을 치렀다. 7회까지만 진행하기로 했고, 더 많은 야수들이 타석에 서기 위해 팀당 지명타자를 2명씩 둬서 10명씩 출전했다.
홈팀은 최인호(좌익수)-요나단 페라자(중견수)-안치홍(1루수)-노시환(3루수)-김인환(지명타자)-최재훈(포수)-이도윤(유격수)-황영묵(2루수)-이상혁(우익수)-장규현(지명타자)이 선발로 나섰다. 선발투수는 류현진이다.
류현진의 공을 타석에서 지켜볼 어웨이팀은 정은원(중견수)-문현빈(2루수)-김태연(3루수)-채은성(1루수)-이진영(우익수)-하주석(유격수)-이재원(포수)-이명기(좌익수)-박상언(지명타자)-김강민(지명타자)으로 꾸렸다. 선발투수는 문동주였다.
류현진은 1회초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틀어막았다. 선두타자 정은원을 루킹 삼진으로 처리한 뒤 문현빈을 3루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이어 김태연을 다시 한번 루킹 삼진으로 잡으면서 15구로 첫 이닝을 마쳤다.
2회초에는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실점했다. 선두타자는 평소 류현진의 공을 한번 쳐보고 싶다고 했던 채은성이었다. 채은성은 좌익수 왼쪽으로 날카롭게 빠져 나가는 2루타를 치면서 류현진을 위기에 빠뜨렸다. 류현진은 다음 타자 이진영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1사 2루까지 버텼으나 다음 하주석 타석 때 포수 최재훈 앞에서 튀는 타구가 나오면서 2루주자 채은성이 3루로 갔다. 하주석은 볼넷을 얻어 1사 1, 3루가 됐다. 류현진은 이어 이재원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0-1이 됐다. 중견수 페라자의 홈 송구가 정확하지 못해 3루주자 채은성을 홈에서 잡을 수가 없었다. 류현진은 계속된 2사 1루에서 이명기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추가 실점은 막았다. 이때 투구 수가 34개까지 불어났다.
류현진은 투구 수만 가능하다면 4이닝 투구도 고려했는데, 2회 투구 수가 많아 3회초 마지막 등판에 나섰다. 3회초는 공 12개로 깔끔하게 3타자를 처리하면서 임무를 마쳤다. 박상언은 2루수 뜬공, 김강민은 헛스윙 삼진, 정은원은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점검을 모두 마친 류현진은 4회초 수비를 앞두고 김민우에게 공을 넘겼다.
류현진은 동산고를 졸업하고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2순위로 한화에 입단하자마자 괴물과 같은 시즌을 보냈다. 19살 신인이 30경기, 18승6패, 201⅔이닝, 204탈삼진,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하면서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하는 KBO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를 만들었다. 2012년까지 KBO 통산 190경기, 98승52패, 1269이닝, 1238탈삼진,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한 괴물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류현진은 2013년 시즌을 앞두고 LA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 계약에 성공하면서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다. 류현진은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하면서 FA 대박을 경험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지난해까지 빅리그 10시즌 통산 186경기, 78승48패, 1055⅓이닝, 934탈삼진,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하고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한국에서부터 주무기로 쓰던 체인지업에 커터를 새롭게 장착하면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괴물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2년 6월 토미존 수술을 받고, 지난해 8월 복귀하면서 구속이 떨어졌을 때는 오히려 느린 커브를 장착해 타자들과 영리하게 타이밍 싸움을 하기도 했다.
한화는 올겨울 메이저리그에서 여전히 수요가 있었던 류현진을 꾸준히 설득하는 작업을 했다. 류현진도 "건강할 때 한국에서 다시 던지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 한화의 설득에 점점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 한화는 류현진이 파워피처가 아니기에 장기 계약도 무리가 없다고 봤고, 류현진은 8년 총액 170억원에 사인하면서 KBO 역대 최고 대우를 받았다.
류현진은 계약 직후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지난 2일 한 차례 라이브 피칭을 진행했다. 류현진은 포수 최재훈과 배터리 호흡을 맞추면서 공 65개를 던졌다. 류현진은 직구와 함께 체인지업, 커브, 커터 등 다양한 구종을 점검했다. 최고 구속은 139㎞로 그리 빠르지 않았는데, 2차례나 타자의 배트를 부러뜨릴 정도로 공에 힘이 있었다. 그리고 사실상 첫 실전 점검 무대였던 이날 류현진은 최고 구속 143㎞를 찍으면서 개막전 선발 등판까지 준비가 잘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류현진은 이날 등판 결과 이상이 없으면 12일 대전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17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 시범경기에 한번 더 등판해 마지막 실전 점검을 하고, 2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정규시즌 개막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날씨와 부상 변수가 없는 한, 류현진의 KBO리그 복귀 로드맵은 이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어웨이팀 선발투수였던 문동주는 3이닝 2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8㎞까지 나왔고, 평균 구속은 144㎞를 찍었다. 문동주는 직구 위주(35개)로 점검하되 커브(12개), 커터(2개), 슬라이더(3개), 체인지업(1개) 등 변화구도 두루 점검했다. 문동주는 53구 가운데 볼이 23개로 많은 편이라 류현진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ABS에 적응이 덜 된 모습이었다.
문동주는 장타를 허용하긴 했으나 실점 위기를 꾸역꾸역 넘겼다. 1회말 1사 후 페라자에게 우익수 오른쪽을 빠지는 2루타를 허용한 뒤 안치홍을 우익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면서 숨을 골랐다. 다음 타자 노시환을 볼넷으로 내보내 2사 1, 3루가 됐으나 김인환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첫 고비를 넘겼다.
2회말에는 선두타자 최재훈에게 중월 2루타를 허용했다. 중견수 정은원이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를 포구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다음 타자 이도윤을 사구로 내보내면서 흔들리나 싶었는데, 무사 1, 2루 이후 3타자를 연달아 범타로 돌려세우면서 실점 없이 버텼다. 3회말은 최인호와 페라자, 안치홍까지 삼자범퇴를 기록하고 임무를 마쳤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타선은 2회 어웨이팀이 1점을 얻은 뒤로 잠잠했다. 그러다 7회초 채은성이 방망이에 불을 뿜었다. 홈팀 3번째 투수 정이황에게 문현빈이 볼넷을 골라 출루한 가운데 채은성이 좌월 투런포를 터트려 0-3으로 거리를 벌렸다. 홈팀은 7회말 추가점을 뽑지못해 어웨이팀의 승리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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