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버거킹 배달시키면 손님도 점주도 ‘호구’ 되는 이유

유선희 기자 2024. 3. 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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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이 매장 주문과 배달 주문 가격을 다르게 받는 이른바 '이중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본사가 주문 가격 가운데 일정 부분을 떼가는 로열티와 광고비는 더 비싼 배달 가격 기준으로 떼어가 점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예를 들어 와퍼세트의 경우, 배달앱 가격 기준으로 본사가 떼어가는 로열티와 광고비가 매장 가격 기준일 때보다 147원 더 높다는 것이 점주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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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퍼세트 배달가격이 매장보다 1400원 더 비싸
본사, 더 비싼 배달가격 기준 삼아 로열티 떼어가
버거킹 매장 전경. 누리집 갈무리

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이 매장 주문과 배달 주문 가격을 다르게 받는 이른바 ‘이중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본사가 주문 가격 가운데 일정 부분을 떼가는 로열티와 광고비는 더 비싼 배달 가격 기준으로 떼어가 점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실제 발생하는 매출보다 더 많은 몫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점주들은 버거킹을 소유한 사모펀드 ‘어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가맹점과 상생 발전보다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출을 끌어올리려 이 같은 방법을 쓰는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버거킹 점주들의 말을 종합하면, 버거킹은 같은 메뉴에 대해 매장과 배달앱 가격을 사실상 차등 적용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와퍼세트의 경우, 매장 가격은 9100원이지만 배달앱에서 주문할 경우 1만500원으로 1400원이 더 비싼 식이다. 단품 버거도 최고 900원까지 차이가 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점주는 “2021년 소비자단체가 공론화해 대부분의 프랜차이즈가 가격 차등 정책을 폐지했다. 버거킹은 겉으론 ‘점주 선택’이라고 포장하지만, 실제론 두 가격을 통일하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 차등을 강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주들은 본사의 가격 차등 정책이 점주에게 더 많은 로열티와 광고비를 받아내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한다. 본사가 매장 가격보다 높은 배달앱 가격을 기준으로 점주에게 로열티 등을 떼어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와퍼세트의 경우, 배달앱 가격 기준으로 본사가 떼어가는 로열티와 광고비가 매장 가격 기준일 때보다 147원 더 높다는 것이 점주들의 설명이다. 전국 400여개에 이르는 매장과 버거 판매량을 고려하면 매달 수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배달앱 상 버거킹 가격. 매장가보다 세트 기준으로 1400원이 더 비싸다. 배달앱 갈무리

점주 ㄴ씨는 “매각을 하기에 유리하도록 본사가 점주들을 쥐어짜 매출과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원하는 점주에겐 매장과 배달 가격을 통일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점주 ㄷ씨는 “매장과 배달 가격을 통일하고 본사가 점주의 배달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현재 상황은 (배달 가격이 비싸다는 소비자의) 욕은 점주가 먹고, 그에 따른 이익은 본사가 가져가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버거킹은 지난 2016년 글로벌 사모펀드 어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인수했다. 이후 사모펀드는 계속해서 버거킹 매각을 추진했지만 마땅한 매수처를 찾지 못했다. 2022년 버거킹의 매출은 7574억원, 영업이익은 78억6천만원이었다. 매출은 역대 최대였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도보다 68% 줄었다. 영업이익율이 1% 정도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다른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맘스터치 등도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상황이다.

버거킹점주협의회는 지난해 8월 본사의 갑질 행위를 모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한 바 있다. 매장 가격과 배달가격 차액에 대한 로열티·광고비 수취에 대해 ‘부당이득환수소송’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버거킹 쪽은 “현재 배달가와 매장가를 가맹점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해당 정책에 대한 편의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24년 상반기 내 개발 완료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버거킹 본사는 365일 행사를 진행하며 행사비를 점주들에게 떠넘기고 본사 부담금을 현금이 아닌 햄버거 패티로 지급하는가 하면, 물품 대금 카드결제를 요구하는 점주들에게 ‘한 달에 세 번 서울로 와 대면 결제할 것’을 요구해 ‘갑질’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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