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부모 10명 중 6명 육아휴직 쓸 때, 비정규직 부모는?

전아름 기자 2024. 3. 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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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 격차와 차별' 보고서 발표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육아휴직 사용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두지 않도록 우리 법이 보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부모가 모두 정규직일 경우 육아휴직 사용율은 57.2%, 약 10명 중 6명이 쓴 것에 반해 부모 모두 정규직이 아닐 경우 육아휴직 사용은 1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중 한 명만 정규직일 경우의 육아휴직 사용은 29.4%였다. 이는 민주노총이 6일 발표한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 격차와 차별'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아빠들도 육아휴직 쓰고싶다. 그런데 그러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 ⓒ베이비뉴스

◇ '아빠육아'도 양극화...'아빠육아휴직'은 대기업, 고소득, 정규직 아빠만의 특권같은 것

민주노총은 지난 1월 16일부터 2월 3일까지 3주간 육아휴직을 경험한 남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육아휴직 사용 현황과 육아휴직 사용 견해 및 과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주관으로 온라인 조사 방식을 기본으로 하고, 부분적으로 설문지에 기입하는 방식을 병행, 전체 1720명이 응답했다. 민주노총은 이 설문조사를 중심으로 육아휴직의 사용 효과, 사용 격차, 사용이 어려운 이유와 제도 활성화 과제를 분석했다.

우선 육아휴직을 사용한 주된 이유는 '배우자와 육아부담을 나누기 위해서'가 40.5%,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가 23.4%로 나타났다.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만족도도 높게 나타났는데,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육아부담 감소, 가사 분담 갈등의 감소, 자녀와의 친밀도 강화, 부부간 의사소통 등 가족관계에 도움, 가사노동 및 자녀 돌봄에 대한 성역할 고정관념 해소, 육아휴직 사용 동료에 대한 이해 강화 등에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 육아휴직 제도가 '남성은 생계부양자, 여성은 육아돌봄 전담자'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육아휴직 제도가 모든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번 조사를 통해 다시금 드러났다. 고용보험에서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노동자는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한다. 불안정 임금노동자는 고용보험 가입률이 낮고, 남성 노동자 육아휴직 경험 설문조사 응답의 고용형태별 특성에서도 정규직 비중이 매우 높았다. 고용형태뿐만 아니라 월 가구 총소득, 사업장 규모, 업종, 부모의 고용형태에 따라 육아휴직 사용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조사에 참여한 남성노동자 중 정규직은 85.1%가 육아휴직을 사용했지만 무기계약직은 12.8%, 비정규직은 2.1% 사용에 그쳤다. 소득과 육아휴직 사용에도 상관관계가 존재했다. 정규직 월 소득 500~700만원 구간에서 육아휴직 사용이 가장 많았고(30.2%) 그 다음으로 400~500만원 구간이 26.4%로 나타났다. 무기계약이나 비정규직은 400만원~500만원 구간에서 42.6%가 육아휴직을 사용했고, 500만원~700만원 구간은 35.5%로 나타났다. 월 소득 300만원 미만인데 육아휴직을 쓴 무기계약직과 비정규직은 6.6%였다. 

부모가 모두 정규직인 경우 육아휴직 사용은 57.2%, 부모 중 한 명만 정규직인 경우엔 29.4%, 부모 모두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이거나 무기계약직인 경우에는 13.4%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민주노총은 이 조사결과에 대해 "부·모인 남성과 여성 모두 정규직일 때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소득과 더불어 고용 안정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육아휴직 사용으로 고용상태가 불안정해질 경우 소득도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육아휴직 사용을 기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인한 여성(배우자)의 경력단절 문제도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이유. ⓒ민주노총

남성노동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배치, 승진, 보상, 사직권고 및 구조조정 등에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무기계약직이나 비정규직, 작은 사업장, 민간부문에서는 불이익과 차별이 특히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노동조합 조합원보다 비조합원이 육아휴직 사용으로 인한 사직권고 및 구조조정 우선순위 위험에 더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활성화를 위한 구조적 요인에 대해 조합원의 응답이 비조합원보다 높게 나타나고, '노동조합 설치 및 강화, 단체협약 마련'에 대해서도 조합원 응답이 비조합원보다 높게 나타나 육아휴직 사용 권리 강화 등에 대한 노동조합 역할의 중요성이 제기됐다고 민주노총은 설명했다.

실제로 육아휴직 사용하고 복귀 후 가장 힘든 점에서 '사직권고 및 구조조정 우선순위' 응답에서도 비조합원 응답률(8.1%)이 조합원의 응답률(1.8%)보다 약 4.5배 높게 나타나 비조합원이 육아휴직 사용으로 인해 사직권고 및 구조조정의 위험에 더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민주노총은 덧붙였다.

아울러 '승진, 해고 등 인사상 불이익과 차별 금지', '장시간 일하는 문화 및 일하는 방식의 개선', '회사 경영진의 제도 추진 의지와 지원', '노동조합 설치 및 강화, 단체협약 마련'의 4개 항목에서 조합원의 평균이 비조합원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이 중 '노동조합 설치 및 강화, 단체협약 마련'에서 조합원 평균이 높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육아휴직 사용과 관련하여 불리한 처우나 해고 금지 등의 남녀고용평등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으로 강제하거나 감시자의 역할을 통해 노동자 권리 보장 강화를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민주노총은 강조했다.

◇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법 아닌 노조 단체협약으로 보호하는 현실 

육아휴직 사용 후 사직권고와 구조조정 우선순위가 조합원보다 비조합원이 4.5배 높게 나타났다.  ⓒ민주노총

민주노총은 "이번 조사 결과는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제도가 모든 남성(아버지)의 보편적 권리로서시행되지 못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라며 "육아휴직 사용 격차는 부모의 삶의 질만이 아니라 자녀들의 삶의 질의 격차로 이어지고 저출생, 사회불평등 문제와도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성의 육아휴직 권리는 성평등, 여성의 일할 권리, 차별없는 돌봄 권리 등과 모두 연결되며, 출산휴직·육아휴직·가족돌봄휴직 등 이를 포괄하는 생애주기별 돌봄 정책과 돌봄 공공성이 강화된 시스템이 갖춰져야 보편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1995년 '근로여성 배우자'에 한정한 육아휴직이 처음 도입되고 2001년부터 '생후 1년 미만의 영아를 가진 근로자'로 확대됐다. 윤석열 정부는 저출생 대책으로 맞돌봄을 위해 2022년 도입된 3+3 부모육아휴직제를 확대 개편해 올해부터 6+6부모육아휴직제를 시행한다. '3+3 부모육아휴직제'는 자녀 생후 12개월 내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 사용 시 첫 3개월에 대해 부·모 각각의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월 200만~300만원 상한)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6+6 부모육아휴직제'는 기존의 3+3 부모육아휴직제를 확대 개편한 제도다. 

그러나 2022년 육아휴직자 중 엄마 육아휴직자가 85.8%인 것에 반해 아빠 육아휴직자는 14.2%에 불과했고 엄마 아빠가 같이 육아휴직을 쓴 비율은 14.8%로 나타났다. 아빠 육아휴직 비율이 2010년 1.3%에서 14.2%로, 엄마 아빠 동반 육아휴직 비율이 2010년 0.4%에서 14.8%까지 오른 건 고무적인 일이지만 여전히 엄마 육아휴직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민주노총은 "남성 노동자가 육아휴직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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