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마저 사직서 등 집단행동…'출구 없는 대치'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17일째 진료 현장을 떠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의대 교수들은 의대 신입생 증원에 반발하며 공동 성명을 내거나 심지어 단체로 사직서까지 제출하며 집단행동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대전 5개 주요 대학·종합병원과 천안지역 대형병원인 단국대병원과 순천향대병원은 2명을 제외하고 복귀한 전공의가 없는 가운데 오히려 사직자가 늘면서 의료공백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천안 단국대병원에서는 어제(6일) 전공의 2명이 추가로 사직서를 제출해 사직 인원이 109명(전체 148명)으로 늘었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정상적으로 진료해 왔습니다.
인천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상당수도 의료현장에 복귀하는 대신 재계약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인천시는 11개 수련병원의 전체 전공의 540명 중 360명(66.6%)이 근무지를 이탈하고 199명(36.8%)이 계약을 미체결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대 강의와 함께 병원 진료를 겸하는 교수들마저 의대 신입생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전선이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학장단은 대학본부의 '의대 증원 신청'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며 전원 사퇴서를 제출했습니다.
정연준 학장은 사퇴서를 제출하며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11월 대학본부가 제시한 '100%(93명) 증원' 대신 현실적으로 가능한 규모를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지난번과 같은 수로 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정 학장은 그러면서 100% 증원은 주요 의과대학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예과 1학년은 전원 유급이고 내년에는 현 정원의 3배수가 동시에 수업받아야 하기에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상국립대 의대도 어제 보직 교수 12명 전원이 '보직 사직원'을, 보직이 없는 교수 2명은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원광대 의대 교수들도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집단행동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역시 성명을 통해 수련의와 전공의, 의대생의 피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사태의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충북지역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은 전공의 151명 중 149명이 병원을 이탈한 데 이어 최근 심장내과 교수까지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해당 교수는 SNS를 통해 전공의 선생님들이 사직하고 나간다는데 이를 막겠다고 면허정지 처분을 하는 복지부나 생각 없이 의대 정원 숫자를 써내는 대학 총장들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동료들과 함께 진료를 이어 나갈 수 없다면 동료들과 함께 다른 길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충북대 의과대학·충북대병원 교수들이 모인 비상대책위원회도 오늘 오후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했습니다.
병원들은 이번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전남대병원은 어제 입원 환자가 급감한 2개 병동을 폐쇄하고 해당 병동 의료진을 응급·중환자실과 필수 의료과 등에 재배치했습니다.
폐쇄된 병동은 성형외과와 비뇨기과 병동으로 해당과 병동은 응급·중증환자가 거의 없어 병동도 거의 비어 있었습니다.
병원 측은 운영이 사실상 중단된 병동 간호사 등을 중심으로 의료 인력을 재배치해 전공의와 전임의 공백으로 인력난을 겪는 응급·중환자실과 필수 의료과를 지원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부산대병원도 유사 진료과끼리 병동을 통합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아대병원은 이미 응급실 병상을 40개에서 20개로 축소해 운영 중입니다.
환자와 수술 건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간호사들의 연차 사용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의료계 관계자는 간호사들은 업무 강도가 높아 연차를 쉽게 쓰지 못했다며, 수술방에 들어가는 간호사 등 업무량이 줄어든 의료진에 대해 연차를 소진하라고 권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을지대병원 응급실에서는 의료진 부재로 피부과·정형외과·정신과·이비인후과 진료가 불가능하고, 신경외과는 평일 업무시간에만 진료를 볼 수 있습니다.
대전성모병원 응급실도 성형외과·소아과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공지했습니다.
병원들은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수술 건수가 크게 줄면서 입원환자가 급감하자 병상을 줄이거나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등 매출 감소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을지대병원은 내과와 정형외과 일부 병상을 폐쇄, 축소 운영하는 한편 지난 4일부터 간호사를 대상으로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건양대병원도 간호·행정·의료기사 직군을 대상으로 연차휴가 사용을 권고했습니다.
전체 전공의 중 94%가 이탈한 제주대병원도 간호·간병 서비스 통합 병동을 2개에서 1개로 통폐합했습니다.
또 이번 주 중 내과 중환자실 운영 병상을 20개에서 12개(내과 8·응급 4)로 축소한다는 계획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류희준 기자 yooh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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