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소년 첫 지원책 마련…'반쪽짜리' 비판도
[EBS 뉴스12]
방에서 좀처럼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는 고립·은둔 청소년이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때의 사춘기쯤으로 인식되는 사례가 많고, 지원도 청년 세대에 집중돼 있어서 한계가 있었는데요.
정부가 고립·은둔 청소년을 위한 대책을 처음으로 내놨는데, 보완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진태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갓 대학을 졸업한 찬용 씨, 지난 4년 동안의 생활 반경은 오로지 집이었습니다.
그토록 바랐던 대학 생활이 코로나 시기와 겹치면서, 친구는 단 한 명도 사귀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박찬용 23세
"폐인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의 게임만 하고 많이 자고…."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이처럼 고립·은둔을 겪는 청소년은 약 14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고립·은둔 시기가 10대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4명 중 1명에 달해,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여성가족부는,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의 고립 은둔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보고, 우선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지원을 늘려간다는 방침입니다.
앞으로는 학교를 그만두고도 세 달 넘게 센터를 이용하지 않는 청소년이 있다면, 전담 상담사가 전화나 가정방문을 통해 상태를 확인합니다.
또, 전담 사례 관리사가 직접 가정에 방문해 가족도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고, 모의고사 등 학습 지원도 이뤄집니다.
재고립에 빠지지 않도록 최소 3개월 이상 사후 관리도 지원됩니다.
하지만 당장 본격적인 지원에 나설 학교 밖 센터에선 준비 부족을 호소합니다.
전국 센터 200여 곳 중 12곳만 참여해 그 수가 매우 적고, 충원되는 인력 역시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센터당 평균 3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인터뷰: 지원 참여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A 관계자
"채용이 지금 좀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이거는 저희뿐만 아니고 저희가 OO(지역) 세 군데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표하는 부분이고…."
고립·은둔 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해선 더 높은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교육은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인터뷰: 지원 참여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B 관계자
"사실 이런 친구들을 케어할 수 있는 전문 종사자에 대한 교육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여가부에서도 부랴부랴 교육 같은 것도 만들어 주시고 이게 얼마만큼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학교 안에서의 따돌림과 폭력으로 은둔을 시작하는 경우가 다수인 만큼, 학교와의 연계 역시 필수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이은애 이사장 / 은둔·고립 청년 지원 기관 '씨즈'
"학교는 다니지만 결석률이 굉장히 높은 상태의 은둔·고립 청소년에 대한 문제를 누가 접근할 수 있겠느냐가 비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중·고등학교와 협업 관계를 만드는 게 굉장히 필요하다…."
여성가족부는 일단 올해 시범 사업의 성과를 보고, 내년부터 지원 기관과 예산을 더 늘려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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