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中외교 "한반도서 전쟁 반대…北안보우려 해소해야"(종합2보)

"대만 분리 독립 용인 못해…평화통일 성의 지속"
"미국, 일방적 제재 확대…말과 행동 일치해야"

[서울·베이징=뉴시스]이재준 기자, 박정규 특파원 =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장관)이 7일 한반도에서 긴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다시 전쟁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의 안보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분리 독립을 허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미국을 향해서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의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교분야 관련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 외교정책 기조와 대외관계에 관해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왕 부장은 한반도 문제에 관해 지난 수년간 질질 끌어온 현안이라며 "냉전의 잔재가 여전하고 평화체제가 확립되지 않았으며 안전보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왕 부장은 "한반도 문제 해결책은 중국이 제시한 '쌍궤병진(雙軌倂進·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병행 추진하는 것) 구상'과 '단계적 동시진행(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면 미국과 유엔이 대북 제재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한반도 정세가 갈수록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중국도 바라지 않는 것"이라며 "세상이 혼란 속에 있는 만큼 한반도에서 재차 전쟁이 발발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언명했다.

이어 "한반도 문제를 기화로 냉전대립으로 역주행하면 누구라도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하고 지역 평화안정을 파괴하려고 하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왕 부장은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입장은 일관돼있다면서 "모든 역량을 집중해 한반도 지역의 평화안정과 항구적인 안정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억지 압박을 멈추고 번갈아가며 고조되는 대결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며 "근본적인 방안은 대화와 교섭을 재개하고 모든 당사국, 특히 조선(북한) 측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결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의 이런 발언 기조는 한반도 문제에서 북한 측을 편드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자세를 분명히 확인한 셈이다.

지난해 친강(秦剛) 당시 외교부장은 한중관계가 미묘한 상황에 있던 점을 감안해 한반도 문제에 관한 언급을 이례적으로 피한 바 있다.

미중관계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반도체 대중 수출과 투자 등을 규제하는 점을 겨냥해 "양국의 사회·정치 체제가 다른 만큼 상호존중이 전제"라고 언급했다.

왕 부장은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이 미·중 관계 개선에 일부 진전을 가져왔다고 전제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잘못된 인식이 계속되고 있고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을 억압하는 수단은 계속 새로워지고 있으며 일방적인 제재 목록이 계속 확장되고 있다"면서 "미국이 언제나 말과 행동이 다르다면 강대국의 신뢰는 어디있느냐"고 비난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듭 강조하면서 "대만이 조국에서 분리되는 걸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왕 부장은 "대만 지역 선거는 중국의 지방선거일 뿐 선거 결과는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조금도 바꿀 수 없다"며 "대만 섬에서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자는 반드시 역사에 의해 청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 정책은 평화통일을 위해 최대한 성의를 지속해나간다는 것"이라고 말해 '평화통일'을 언급하기도 했다.

남중국해 갈등에 대해서는 "일부 역외 국가가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남중국해의 방해자와 소동꾼이 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말해 미국 등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왕 부장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해서는 '두 국가 해법'을 재차 강조하면서 "팔레스타인이 유엔의 정회원국이 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모든 갈등의 종착점은 협상 테이블"이라며 "빨리 대화할수록 평화는 더 빨리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러관계에 대해서는 "세계의 다극화와 국제관계의 민주화 시대의 흐름에 부합한다"며 신흥 강대국으로서 서로 협력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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