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 최성은 "음울하지만 삶의 냄새 강하게 나는 영화"

오보람 2024. 3. 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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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골목길 구석처럼 칙칙하고 음울하지만, 어떤 부분에선 삶의 냄새가 강하게 났어요. 따뜻한 시선도 느껴졌고요."

7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주연 배우 최성은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던 때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시동'(2019)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그는 '십개월의 미래', '젠틀맨' 등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괴물', '안나라수마나라' 등에도 출연하며 경력을 쌓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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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배우 송중기, 단단한 보석 같은 사람…많이 배워"
영화 '로기완' 주연 배우 최성은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어두운 골목길 구석처럼 칙칙하고 음울하지만, 어떤 부분에선 삶의 냄새가 강하게 났어요. 따뜻한 시선도 느껴졌고요."

7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주연 배우 최성은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던 때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로기완'은 삶의 희망을 안고 북한에서 탈출한 남자 기완(송중기 분)이 벨기에에서 난민 자격을 취득하려는 험난한 여정을 그렸다. 최성은은 우연히 만난 기완과 사랑에 빠지는 한국계 벨기에인 마리 역을 맡았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스스로 삶을 망가트리는 인물로, 술과 마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다가 기완을 만난 뒤 변화를 겪게 된다.

최성은은 "마리는 겉으로는 사납고 발톱을 드러낸 느낌인데, 속은 순수하고 여린 친구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마리는 대사의 상당 부분이 불어고 총을 쏘는 장면도 많이 나와 소화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지만, 그렇기에 "더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최성은은 강조했다.

캐스팅 직전까지 불어를 한마디도 못 했다던 그는 선생님을 곁에 두고 대사를 통째로 달달 외우는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사격의 경우 촬영 전 한국에서 배운 다음 로케이션 장소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도 연습을 이어갔다.

영화 '로기완'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마리가 극도로 방황하는 캐릭터기에 감정 연기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마약에 취해 몸을 떨거나 감정에 북받쳐 도박장 주인과 대적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최성은은 "이렇게까지 감정을 모두 보여주는 게 맞나" 불안했다며 "어떻게 해야 (내 연기뿐만 아니라) 작품의 전체를 볼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상대 배우인 송중기 덕에 더 좋은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송중기의 조언으로 처음 대본과는 달라진 장면도 있다.

최성은은 "중기 선배는 어떤 장면이 이해가 안 될 때 다른 사람을 끝까지 설득해서 납득하게 만드는 힘이 있더라"라며 "그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배웠다"고 돌아봤다.

"중기 선배는 단단한 보석 같아요. 순수하고 올곧은 열정을 가진 분이라고 할까요. 그렇게까지 고민하고 안팎으로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는 게…본인의 역할과 작품에 대해 확신하는 그 힘을 본받고 싶었어요.

영화 '로기완'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로기완' 공개 이후 일각에서는 마리와 기완의 멜로 라인을 두고 다소 부자연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모든 것을 잃은 채 벨기에에 온 기완이 마리와 사랑에 빠진다는 게 좀처럼 납득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성은은 "인간이라면 그럴(극한 상황에서도 사랑할) 수도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둘은 너무 다른 상황에 부닥쳐있지만, 이방인이라는 공통된 정서가 있잖아요. 마리와 기완 모두 어머니에 대한 죄의식도 있고요. 두 사람은 그걸로 뭉쳐진 것 같아요. 서로가 불쌍하고 안쓰럽지 않았을까요."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갈리지만 '로기완'은 넷플릭스 비영어권 영화 부문에서 3위에 해당하는 시청 수를 기록하며 흥행하고 있다.

최성은은 "솔직히 프라이드는 없고 부담이 된다"며 웃었다. '시동'(2019)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그는 '십개월의 미래', '젠틀맨' 등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괴물', '안나라수마나라' 등에도 출연하며 경력을 쌓는 중이다.

"이 자리에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왔다고 생각해요. 그런 만큼 매 순간 자기검열도 하게 되고, 감사한 마음도 커요. 선배님들을 보면 항상 부담감과 책임감을 갖고 있더라고요. 저도 어떻게 하면 그 짐을 나눠서 질 수 있을지 고민하겠습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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