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워킹맘의 무덤’…늘봄학교가 봄날처럼 따뜻하려면 [심윤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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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면 '전쟁 같은 육아' 때문에 피를 말린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이런 와중에 자녀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한 '늘봄학교' 도입은 아이를 맡길 곳 없는 맞벌이 부부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원하는 시간에 아이를 돌봐주는 제도다.
문제는 당초 2025년 시행하려던 정책을 1년 앞당기면서 학교 현장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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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시행으로 현장 삐걱
머물고 싶은 공간 마련과
프로그램 질에 성패 달려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면 ‘전쟁 같은 육아’ 때문에 피를 말린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특히 워킹맘의 최대 고비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온다. 어린이집·유치원은 퇴근 무렵까지 돌봐주지만, 초등생이 되면 하교 시간이 일러 ‘돌봄 공백’이 커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초등 1학년을 ‘워킹맘의 무덤’이라고 하겠는가. 수년 전 나는 아이들의 방과 후 돌봄을 전적으로 ‘조선족 이모’에게 의존했다. 지금은 방과 후 아이를 돌봐주는 ‘돌봄 교실’이 있지만 상황이 크게 개선된 것은 아니다. 경쟁률이 치열해 추첨에서 탈락하면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게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자녀 돌봄은 친정 엄마 찬스, 도우미 손을 빌리는 개인 돌봄으로 버텨온 것이다. 돌봄의 고통이 여성의 경력단절과 지금의 저출생 재앙을 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모 돌봄’에서 ‘국가 돌봄’으로의 대전환이 시작된 것은 의미가 크다. 문제는 당초 2025년 시행하려던 정책을 1년 앞당기면서 학교 현장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전담 인력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늘봄학교 운영은 기존 돌봄교실 교사가 맡을 수 없고, 교원 자격이 있는 기간제 교사가 맡아야 하지만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육청들이 적지 않다. 프로그램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교사들은 늘봄학교 업무를 떠넘겨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공간 문제도 걱정이다. 교실은 실내화를 신고 있어야 하는 데다 춥고 좁아 아이들이 늦은 시간까지 편안하게 머물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처럼 충분한 준비 없이 ‘속도전’을 펼치니 총선용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서울 초등학교의 단 6.3%(38개교)만 참여해 전국 평균(44.3%) 참여율에 크게 미달한 것도 제도 안착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정부는 반발하는 교원단체와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늘봄학교의 의미는 ‘늘 돌보는 학교’가 아니라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라고 교육부는 밝혔다. 아이들이 오랜 시간 남아 있고 싶은 ‘봄날’ 같은 학교를 만들어야 저출생 해소,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성패는 안전한 돌봄과 내실 있는 프로그램에 달렸다. 초등생을 둔 한 학부모는 “프로그램 수준을 보고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며 “애들을 관찰하는 수준의 돌봄서비스만 제공한다면 사설 학원이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가 돌봄의 첫 단추를 끼운 만큼 섬세한 보완을 통해 제도가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재능기부’를 약속한 데 이어 6일 “늘봄학교는 국가 돌봄 체계의 핵심”이라며 조기 안착을 주문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문화예술계나 체육계 등 사회 각계가 국가 돌봄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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