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양손에 빵, 조국당 찍지 말란 뜻”… 野지지층 ‘몰빵론’ 논쟁
“우리 다 알아듣죠? 이재명 손에 그득한 빵은 뭐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영등포갑에 출마하는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과 유세하며 한 가게에서 빵을 집어들고 포즈를 취하자, 민주당 지지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에는 “확실한 시그널” “두손 가득 몰빵” “정치 천재” “우리도 두 손 가득 몰빵 안겨드리자” 같은 댓글이 달렸다.
최근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몰빵론’ 논쟁이 한창이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조국혁신당,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소나무당 등 4월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회에 입성하려는 야권 비례대표 전문 정당이 속속 창당되면서 ‘표 분산’을 막자며 꺼내드는 구호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투표해야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조국혁신당이 지지율 10%대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달아 나오면서 이런 주장은 더 힘을 받고 있다.
지난 총선 때 김어준씨가 최강욱·김의겸 등의 열린민주당에 비례표를 주지 말고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몰빵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이 시초다.
당 행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몰빵’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6일 서울 양천갑에 출마하는 민주당 황희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발언한 뒤 당원들 사이에서 “민주당 몰빵” “민주당 몰빵”이라는 말이 터져 나왔고, 구호를 들은 이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몰빵?”이라고 물었다.
이 장면을 두고도 커뮤니티에선 “드디어 이 대표가 ‘몰빵’을 언급하셨다” “이걸 못 알아먹고 조국신당 비례표 떠먹이면 안 된다” “의도가 있으니까 언급하는 것” 같은 반응이 나왔다.
‘몰빵론’을 주창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조국당’이나 ‘소나무당’을 찍겠다는 네티즌들에게 “민주당이 제1당을 놓치면 나라 개판된다” “민주당이 살아야 이재명이 산다” “똥파리(민주당 내 비명계를 가리키는 멸칭)가 의심된다” “조국당 글만 봐도 굉장히 피로감이 올라온다” 같은 비판을 내놓는다.
앞서 이재명 대표와 조국 전 장관은 지난 5일 국회에서 만나 “윤석열 정권 종식을 위해 협력·단결하자”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윤석열 정권과 검찰 독재 조기 종식을 위해 가장 앞장서서 싸울 것“이라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동지”라고 말했고,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모든 세력이 힘을 합치자”고 했다.
조국혁신당도 ‘몰빵론’을 의식한다.
이른바 ‘조국혁신당’의 1호 인재로 영입된 신장식 대변인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흔히 커뮤니티에서는 민주당 몰빵론 이야기를 한다”며 “저희들이 미는 게 하나 있다.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을 뜻하는 ‘지민비조’”라며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의 ‘역할 분담’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방송이 나가자, ‘몰빵론’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여기에 “표를 맡겨놨냐” “표 갈라먹는 게 자랑이냐” 등의 비난 댓글을 달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