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의 인생리셋, 어째서 판타지만큼 피로감을 줄까('로얄로더')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3. 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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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아들 한태오(이재욱)와 재벌가의 혼외자식 강인하(이준영) 그리고 빚쟁이의 딸 나혜원(홍수주).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로얄로더> 는 저마다의 이유로 밑바닥을 살아가는 청춘들이 서로 힘을 합쳐 인생을 리셋해보려는 욕망을 다룬 드라마다.

무엇보다 왜 한태오나 나혜원이 자신의 인생리셋을 스스로 하기보다는 강인하 후계자 만들기를 통해 동아줄을 잡으려 하는지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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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로더’, 인생 리셋 판타지와 노오력의 피로감 사이

[엔터미디어=정덕현] 살인자의 아들 한태오(이재욱)와 재벌가의 혼외자식 강인하(이준영) 그리고 빚쟁이의 딸 나혜원(홍수주).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로얄로더>는 저마다의 이유로 밑바닥을 살아가는 청춘들이 서로 힘을 합쳐 인생을 리셋해보려는 욕망을 다룬 드라마다.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인 한태오가 모든 걸 계획한다. 강인하를 강오그룹 강중모 회장(최진호)의 후계자로 만들어 강오그룹을 손아귀에 쥐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이들은 장기 플랜을 짜고 하나하나 목표에 접근해간다. 차남 강성주(이지훈)와 그의 친모인 장금석(김호정)이 강중모 회장을 무너뜨리고 그 후계자 자리를 갖기 위해 본격적으로 이빨을 드러내고 이 모든 흐름을 꿰고 있는 한태오는 강중모 회장을 최측근 비서로서 도우면서 자신이 계획한대로 강오그룹에 강인하의 존재감을 쌓아간다.

가장 재밌는 게 남의 집 싸움구경이라던가. 재벌가 후계자를 두고 벌어지는 암투 자체는 흥미진진하다. 마치 사극 속 왕위 후계 구도를 두고 벌어지는 암투의 현대판을 보는 듯하다. 위기 상황에 몰린 듯 하지만, 그 판을 뒤집는 반전의 쾌감도 여지없이 들어있다. 무엇보다 한태오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판단과 선택들이 이 판을 뒤흔들어 자신이 원하는대로 흘러가게 만드는 과정의 묘미가 있다.

하지만 이건 그저 게임을 보듯이 치고 받는 재벌가 싸움을 바라볼 때 가능한 묘미들이다. 개연성을 두고 바라보면, 왜 한태오가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에게 쓰지 않고 강인하를 강오그룹 후계자로 만드는데 쓰려 하는지 고개가 갸웃해진다. 한태오는 심지어 이 드라마의 가장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강중모 회장조차도 경계를 할 정도로 판세를 꿰뚫어보고 정확한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를 실행해 결과로도 보여주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굳이 이렇게 어려운 선택을 하는 이유는 뭘까.

동아줄을 잡는다는 게 그 이유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어지는 건 이 인물의 능력이 거의 초능력에 가까울 정도로 모든 걸 해낸다는 점 때문이다. 강인하에게 이토록 헌신하고 집착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야 할 텐데(정말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눈 사이라던가) 그런 감정적 교류가 너무 짧게 등장하고, 이들이 본격적으로 강오그룹에 입성한 이후에는 그조차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목표가 있어 연합한 사람들처럼 보일 정도다.

역시 강인하라는 동아줄을 잡고 인생 리셋을 하려고 하는 나혜원이라는 인물도 드라마 초반 그 절실함이 잠시 등장하긴 했지만, 이 공동목표를 향해 나가는 모습 속에서는 감정을 가진 사람처럼 여겨지지가 않는다. 그저 성공하기 위해 강인하를 후계자로 만들고 결혼하려는 목표로만 움직이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건 강인하도 마찬가지다.

<로얄로더>의 인물들은 마치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극중에서 그런 상황에 놓여 있는 건 맞지만, 드라마는 그래도 그 인물들이 숨기고 있는 내면이나 감정들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그게 없이 게임 캐릭터처럼 목표를 향해 어떤 선택들을 하고 치열한 싸움을 통해 다가가는 과정만 담는 건, 드라마를 무미건조하게 만든다.

그래서 처음 시작점에서 <로얄로더>는 이 절실한 청춘들의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인생리셋 판타지를 자극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감이 감정을 가진 인물들의 희노애락이 드러나지 않고 무표정으로 목표만을 향해 가기 위해 '노오력'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다소 피로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왜 한태오나 나혜원이 자신의 인생리셋을 스스로 하기보다는 강인하 후계자 만들기를 통해 동아줄을 잡으려 하는지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속내를 거의 드러내지 않고 있으니 더더욱.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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