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에서 콰지모도로 변신한 정성화 “너무 청아하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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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한 영웅 안중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뮤지컬 '영웅'의 안중근으로 유명한 배우 정성화는 15세기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안중근의 이미지가 강한 정성화가 어떤 콰지모도를 보여줄지가 관심사였다.
그는 "공연 초반에 '너무 청아한 콰지모도'라는 반응을 접하고 노래 실력만 뽐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노래와 표현을 분리해 좀 더 연기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고, 공연을 거듭하면서 점차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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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한 영웅 안중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척추장애로 꾸부정한 허리, 절뚝거리는 걸음, 귀가 잘 안 들리고 시력을 잃은 한쪽 눈을 감아 찌그러진 얼굴. 뮤지컬 ‘영웅’의 안중근으로 유명한 배우 정성화는 15세기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지금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3월24일까지)는 6년 만에 돌아온 한국어 버전 무대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은 1998년 프랑스 초연 이후 23개 나라에서 1500만명 넘는 관객을 모았다. 가수 윤상의 파트너로 잘 알려진 박창학 작사가가 번역한 한국어 버전도 2007년 전국 투어를 시작으로 다섯 시즌을 거치는 동안 누적 관객 110만명을 넘기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번 시즌 콰지모도 역에는 초연부터 300회 이상 공연한 윤형렬에다 정성화·양준모가 새로 합류했다. 안중근의 이미지가 강한 정성화가 어떤 콰지모도를 보여줄지가 관심사였다. 정성화는 6일 서울 강남구 한 공연장에서 연 간담회에서 “먼저 콰지모도의 추한 이미지를 관객에게 잘 전달하고, 나중엔 연민의 정을 느끼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연출진은 정성화에게 본래 목소리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성화는 너무 청아한 목소리가 콰지모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더 낮은 음역대의 소리를 냈다. 발음도 일부러 어눌하게 했다. 최대한 낮은 자세를 유지하고, 왼쪽 다리에만 힘을 줘 걸었다. 자세가 너무 힘들어 처음엔 며칠 앓아눕기도 했지만, 근육 훈련을 하며 버텨냈다.
프랑스 뮤지컬은 19세기 발달한 오페레타(경가극·작은 오페라)의 맥을 이어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뤄진 ‘성스루’ 형식을 취하는 게 보통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도 마찬가지다. 정성화는 “노래 안에 서사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가사 어느 대목에서 연기할지를 염두에 두고 노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 초반에 ‘너무 청아한 콰지모도’라는 반응을 접하고 노래 실력만 뽐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노래와 표현을 분리해 좀 더 연기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고, 공연을 거듭하면서 점차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음악성이 빼어난 것으로 명성이 높다. 리카르도 코치안테가 작곡한 음악은 클래시컬한 넘버부터 강렬한 록 넘버까지 다채로운 색깔을 펼친다. 이야기 해설자 구실을 하는 시인 그랭구와르가 서막을 열며 부르는 넘버 ‘대성당의 시대’부터 슬픔에 찬 콰지모도가 막을 내리며 부르는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까지 무려 51곡이 귀 호강을 시켜준다. 대표곡 ‘아름답다’(Belle)는 프랑스 음악 차트에서 44주간 정상을 지키는 진기록을 세웠다.
노래 부르는 배우와 확연히 구분되는 전문 댄서들의 안무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현대무용, 발레, 애크러배틱, 브레이크댄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고난도 춤이 공연 내내 눈을 즐겁게 한다. 높은 벽에 붙어 오르내리고 커다란 종에 매달려 공중곡예를 하는 장면은 서커스를 방불케 한다. 이들 안무는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를 상징한다. 정성화는 “매번 죽을 것처럼 힘든 안무를 소화하는 댄서들을 보며 반성하고 ‘나도 더 열심히 해야지’ 다짐한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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