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 없이 사랑을 얻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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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람이 있었다.
유년기의 상처, 사회가 만든 수치심, 관계 속에서의 불안. 그가 힘든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나는 마음 깊이 위로하며 그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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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었다. 유년기의 상처, 사회가 만든 수치심, 관계 속에서의 불안…. 그가 힘든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나는 마음 깊이 위로하며 그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게 반복되자 결국 못 참고 말해버렸다. “아니, 그게 뭐 겁낼 일이야. 네 피해의식 아닐까?”
시간이 흘러, 황진규 작가의 철학 강좌를 들으며 깨달았다. 나는 그의 상처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든 그가 거기서 벗어나길 바랐고, 그게 그를 위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가 그 상처를 보고 싶지 않았다는 것을. ‘피해의식은 한 사람의 마음에 남은 상흔일 뿐이다. 누군가 겁과 피해의식이 심하다면 불행한 상처가 반복되었을 만큼 불운했을 뿐이다. 반대로 누군가에게 겁과 피해의식이 적거나 없다면 불행한 상처가 반복되지 않았을 만큼 운이 좋았을 뿐이다.’(<피해의식>, 황진규)
황진규는 철학을 공부하며, 글을 쓰고, 수업하는 사람이다. 그를 알게 된 건 브런치 글을 통해서였다. 그의 주장 중엔 불편한 이야기도 있었다. “약함을 긍정하지 마라. 우리는 보통 ‘약함=선함’ ‘강함=악함’이라 생각하지만, 이것은 오해다. 자신은 약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상처를 줄 리 없다는 자기기만, 그리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되더라도 자신은 약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자기 합리화. 이것이 약함을 긍정하는 이들이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다.” 나의 가치관과 반대되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공감한 이유는 나 역시 내가 약할 때 남에게 더 쩨쩨하게 굴고, 쉽게 버튼이 눌러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좀 강해지고 피해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묻자 그는 답했다.
“책에 여러 방법을 적었는데, 결국은 사랑을 했으면 좋겠어요. 피해의식은 기본적으로 자기만 사랑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거든요.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타인’에 대해선 지극히 ‘객관적’이죠. 하지만 누구를 사랑하면 그 조건은 뒤집어져요. ‘나에 대한 객관성’과 ‘너에 대한 주관성’을 갖게 되죠.”
하지만 사랑도 선택받은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선생님은 내 피해의식이 심각하다고 했다.
“아니, 맞잖아요. 물건 사는 것도 아니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건 어려운 일인데….”
“얼마나 노력해봤는데요? 핸드폰 하나 바꾸려 해도 한 달을 아르바이트해야 해요. 하물며 핸드폰이 아니고 사랑이에요. 저는 어릴 때부터 가난하게 살아서 예술을 몰랐어요. 그런데 옛날에 만난 여자친구는 그림을 잘 알더라고요. 언젠가 어느 미술관을 함께 갔는데, 무슨 도자기를 보고 우는 거예요. 그게 참 부러웠어요. 나는 돈 벌고, 쓰고, 맛있는 거 먹고, 옷 사 입는 기쁨밖에 모르는데 이 친구는 부잣집에 태어나 예술적 감수성도 엄청나구나. 곡선의 유려함을 보고 뭉클해서 우는구나. 그래서 그 뒤로는 이런저런 일을 해서 1년에 한 번은 외국에 가려고 했어요. 10일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미술관만 갔어요. 그러니 이제 조금 알겠더라고요. 그림에 대해서. 제가 그림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 한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나요? 아무 노력 안 해도 누군가 날 사랑해주길 바라지 않나요?”
“그런데 사랑이 노력해서 얻어지는 건가요?”
“그럼 노력 안 하면 얻을 수 있어요?”
“….”
“꼭 연인이 아니라도 좋아요. 강아지라도 좋으니 ‘나’보다 아낄 수 있는 ‘너’가 있어야 해요.”
순간 내가 나 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 갖지 않고 산다는 걸 깨달았다.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
황진규(브런치 @sting762)의 책 추천
❶ 앙리 베르그송, <물질과 기억>
우리가 세계를 잘못 보고 있음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우리는 세계 속에서 고정된 ‘나’와 ‘너’를 보지만 실제 ‘나’와 ‘너’는 한 번도 고정된 적이 없습니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모두 떨림(진동, 주파수)일 뿐이죠.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도 ‘너’도 ‘꽃’도 ‘나무’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될 겁니다.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많은 존재와 주파수를 맞출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더 많은 존재와 주파수 맞추는 일을 우리는 ‘행복’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겁니다.
❷ 황진규, <세상이 나를 몰아세울 때? 가드를 올리고 도망치지 말 것!>
삶을 잘 산다는 것은 씩씩한 마음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이 씩씩한 마음은 어디서 올까요? 바로 튼튼한 몸입니다. 몸과 마음은 하나이니까요. 삶이 위기에 처했을 때, 아무 생각 없이 흠뻑 땀을 흘리도록 운동하는 것보다 좋은 대처도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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