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지고 싶다, 송중기[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4. 3. 7. 13: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우 송중기, 사진제공|넷플릭스



높이 올라가는 것보다 넓어지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배우 송중기가 신인인 때부터 꿈꿔온 것들이 이제야 차곡차곡 발현되는 모양이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감독 김희진)을 공동제작한 이유도 거기에서부터 시작됐다.

“‘늑대소년’을 찍은 후 그런 생각을 했어요. 활동을 오래해도 올라가는 것보다 넓어지고 싶다고요.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인기가 있었다가도 떨어지고, 혹평을 들었다가도 호평을 듣는 직업이라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로기완’이 메이저 감성을 가진 상업 영화는 아니지만, 제가 할 수 있을 때 더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같이 기획하고 개방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걸 즐기거든요. 그리고 할 거면 제대로 제작해야하는 게 맞고요. 유명한 배우라서 제작한답시고 수익만 나눠갖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 팀 안에 들어가 같이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제가 연기할 때에도 도움이 되기에, 이렇게 함께 하는 게 맞다고 봐요.”

송중기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로기완’에 대한 식지 않는 애정, 혹평에 대한 솔직한 생각, 그리고 ‘로기완’ 팀에 대한 믿음을 보여줬다.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속 최성은(왼쪽)과 송중기, 사진제공|넷플릭스



■“7년전 고사했던 ‘로기완’, 그래서 혹평도 이해해요”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다. 그는 이 시나리오를 7년 전 거절한 적 있었다고 고백했다.

“처음엔 같이 해보고 싶다고 했다가 ‘기완’의 로맨스에 공감이 안 돼 번복했어요. 엄마가 유언을 남기면서까지 살아남으라고 했는데 지금 기완이 사랑을 할 땐가? 사랑 타령하는 건 사치 아닌가? 저도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돌고 돌아 다시 제게 ‘로기완’ 출연 제안이 들어왔는데요. 세부 사항 빼고 큰 줄기는 그때와 같았어요. 그래서 ‘다시 본다고 달라지겠어?’란 마음으로 읽었는데, 신기하게도 이젠 그 로맨스가 납득가더라고요. 엄마에 대한 죄책감이 남은 와중에 살아남았지만 사람이니까 더 잘 살고 싶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잘 사는 건 뭐지? 사람과 부대끼고 살아야하는 거 아닌가. 그게 남녀간의 사랑이던 우정이던 상관없이? 여기까지 결론이 나니까 확 이해가 갔죠. 아마도 저라는 인간에게 변화가 있었나봐요.”

배우 송중기, 사진제공|넷플릭스



그런 까닭에 ‘로기완’ 공개 당시 쏟아졌던 혹평에 대해서도 이해가 간다고 했다.

“‘잘 가다가 왜 갑자기 멜로로 가느냐’란 혹평들이 많더라고요. 누구보다 이해해요. 저도 그래서 거절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도 결국 ‘예쁜 휴머니즘’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7년 전 제가 그랬던 것처럼 공감 못한 사람들도 나중에 다시 본다면 그땐 공감이 되길 바랄 뿐이에요. 좋은 쪽으로 생각이 바뀌길요.”

이 영화로 인해 그 역시도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고 귀띔했다.

“감독이 제게 ‘동떨어져보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는데요. 처음엔 무슨 의미인지 몰랐어요. 곰곰이 생각하다가 ‘사람은 누군가의 아픔보다 제 손톱 밑에 박힌 가시가 더 아프기 마련’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그런 탓에 더 주변을 둘러봐야한다고 느꼈어요. 그럼 ‘로기완’ 같은 사람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거니까요. 전 한국에서 혜택과 사랑을 많이 받는 배우인데, ‘나야말로 주변을 돌아보긴 했나’ 성찰하게 됐고요. 그래서 그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배우 송중기, 사진제공|넷플릭스



■“아들 출생 후 마음가짐,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이 작품으로 데뷔한 김희진 감독의 단단함에 그는 신뢰를 표현했다.

“참 그릇이 큰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정성껏 듣고, 그러면서도 상대 의견에 동의가 되지 않으면 ‘아니다’라고 바로 얘기하는 외유내강 스타일이거든요. 데뷔작부터 해외 올 로케이션인데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외국인 배우들이나 보조출연자 관리해야지, 언어 다르지, 음식 안 맞지, 굉장히 어려운 조건이었는데도 잘 해내더라고요.”

상대역을 맡은 최성은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기력에 대해 칭찬하자면 1시간도 넘게 할 수 있어요. 하하. ‘괴물’이란 드라마에서 최성은을 처음 보고 ‘우와’했는데요. 분량이 크지 않음에도 굉장히 에너지가 크더라고요. 우리 회사가 제작한 ‘안나라수마나라’ 작품에서도 주연을 맡았었는데, 스펙트럼이 넓어 보였고요. ‘로기완’으로 만나보니 역시 제 예상이 맞았어요. 게다가 ‘오케이’ 싸인이 나와도 타협하지 않고 더 파고 들어가는 집요함까지 있던데요. 전 오케이 하면 좋아라하고 끝내는 편인데 말이죠. 그래서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구나. 그런 게 부러웠어요.”

아내와 아들 대한 사랑도 숨기지 않았다. ‘로기완’ 촬영 당시 함께했던 아내 케이티는 그에게 응원을 보낸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이 작품을 찍을 때 아내가 임신 중이었어요. 그리고 아들이 태어나고 이 작품이 공개됐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마음가짐이 달라진 건 분명해요. ‘주변을 살피면서 잘 살고 있나’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고요. ‘나 역시도 건강하게 살아야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겠다’라고 마음 먹게 돼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삶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