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지고 싶다, 송중기[인터뷰]
높이 올라가는 것보다 넓어지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배우 송중기가 신인인 때부터 꿈꿔온 것들이 이제야 차곡차곡 발현되는 모양이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감독 김희진)을 공동제작한 이유도 거기에서부터 시작됐다.
“‘늑대소년’을 찍은 후 그런 생각을 했어요. 활동을 오래해도 올라가는 것보다 넓어지고 싶다고요.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인기가 있었다가도 떨어지고, 혹평을 들었다가도 호평을 듣는 직업이라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로기완’이 메이저 감성을 가진 상업 영화는 아니지만, 제가 할 수 있을 때 더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같이 기획하고 개방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걸 즐기거든요. 그리고 할 거면 제대로 제작해야하는 게 맞고요. 유명한 배우라서 제작한답시고 수익만 나눠갖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 팀 안에 들어가 같이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제가 연기할 때에도 도움이 되기에, 이렇게 함께 하는 게 맞다고 봐요.”
송중기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로기완’에 대한 식지 않는 애정, 혹평에 대한 솔직한 생각, 그리고 ‘로기완’ 팀에 대한 믿음을 보여줬다.
■“7년전 고사했던 ‘로기완’, 그래서 혹평도 이해해요”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다. 그는 이 시나리오를 7년 전 거절한 적 있었다고 고백했다.
“처음엔 같이 해보고 싶다고 했다가 ‘기완’의 로맨스에 공감이 안 돼 번복했어요. 엄마가 유언을 남기면서까지 살아남으라고 했는데 지금 기완이 사랑을 할 땐가? 사랑 타령하는 건 사치 아닌가? 저도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돌고 돌아 다시 제게 ‘로기완’ 출연 제안이 들어왔는데요. 세부 사항 빼고 큰 줄기는 그때와 같았어요. 그래서 ‘다시 본다고 달라지겠어?’란 마음으로 읽었는데, 신기하게도 이젠 그 로맨스가 납득가더라고요. 엄마에 대한 죄책감이 남은 와중에 살아남았지만 사람이니까 더 잘 살고 싶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잘 사는 건 뭐지? 사람과 부대끼고 살아야하는 거 아닌가. 그게 남녀간의 사랑이던 우정이던 상관없이? 여기까지 결론이 나니까 확 이해가 갔죠. 아마도 저라는 인간에게 변화가 있었나봐요.”
그런 까닭에 ‘로기완’ 공개 당시 쏟아졌던 혹평에 대해서도 이해가 간다고 했다.
“‘잘 가다가 왜 갑자기 멜로로 가느냐’란 혹평들이 많더라고요. 누구보다 이해해요. 저도 그래서 거절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도 결국 ‘예쁜 휴머니즘’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7년 전 제가 그랬던 것처럼 공감 못한 사람들도 나중에 다시 본다면 그땐 공감이 되길 바랄 뿐이에요. 좋은 쪽으로 생각이 바뀌길요.”
이 영화로 인해 그 역시도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고 귀띔했다.
“감독이 제게 ‘동떨어져보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는데요. 처음엔 무슨 의미인지 몰랐어요. 곰곰이 생각하다가 ‘사람은 누군가의 아픔보다 제 손톱 밑에 박힌 가시가 더 아프기 마련’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그런 탓에 더 주변을 둘러봐야한다고 느꼈어요. 그럼 ‘로기완’ 같은 사람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거니까요. 전 한국에서 혜택과 사랑을 많이 받는 배우인데, ‘나야말로 주변을 돌아보긴 했나’ 성찰하게 됐고요. 그래서 그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들 출생 후 마음가짐,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이 작품으로 데뷔한 김희진 감독의 단단함에 그는 신뢰를 표현했다.
“참 그릇이 큰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정성껏 듣고, 그러면서도 상대 의견에 동의가 되지 않으면 ‘아니다’라고 바로 얘기하는 외유내강 스타일이거든요. 데뷔작부터 해외 올 로케이션인데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외국인 배우들이나 보조출연자 관리해야지, 언어 다르지, 음식 안 맞지, 굉장히 어려운 조건이었는데도 잘 해내더라고요.”
상대역을 맡은 최성은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기력에 대해 칭찬하자면 1시간도 넘게 할 수 있어요. 하하. ‘괴물’이란 드라마에서 최성은을 처음 보고 ‘우와’했는데요. 분량이 크지 않음에도 굉장히 에너지가 크더라고요. 우리 회사가 제작한 ‘안나라수마나라’ 작품에서도 주연을 맡았었는데, 스펙트럼이 넓어 보였고요. ‘로기완’으로 만나보니 역시 제 예상이 맞았어요. 게다가 ‘오케이’ 싸인이 나와도 타협하지 않고 더 파고 들어가는 집요함까지 있던데요. 전 오케이 하면 좋아라하고 끝내는 편인데 말이죠. 그래서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구나. 그런 게 부러웠어요.”
아내와 아들 대한 사랑도 숨기지 않았다. ‘로기완’ 촬영 당시 함께했던 아내 케이티는 그에게 응원을 보낸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이 작품을 찍을 때 아내가 임신 중이었어요. 그리고 아들이 태어나고 이 작품이 공개됐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마음가짐이 달라진 건 분명해요. ‘주변을 살피면서 잘 살고 있나’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고요. ‘나 역시도 건강하게 살아야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겠다’라고 마음 먹게 돼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삶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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