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기웃거린 총장이 부끄러워요" 부글부글 끓는 캠퍼스
총장이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비례대표 신청을 한 사실이 들통나고 학교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당사자가 서둘러 신청을 철회하고 수습에 나섰지만 학교 구성원들은 총장의 상식을 뛰어넘는 행동에 실망감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경북대 홍원화 총장의 어이없는 정치권 진출 시도 얘기다. 홍원화 총장은 3만명이 넘는 이 학교 교수와 교직원 학생들이 선출한 직선제 총장이다. 그의 임기는 오는 10월 20일까지로 아직 8개월 가까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는 정말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골든타임이다. 가깝게는 오는 22일 1천억원의 정부예산이 걸린 글로컬사업 지원 마감이고 무전공 학생선발로 학과의 정원이 줄어들 처지에 놓인 몇몇 학과들은 대자보를 써붙이며 집단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대학정원 증원과 맞물려 의대 정원을 늘리기 위한 대학간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는 중이다.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 현안들이다. 총장 본인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홍 총장은 비례대표 신청 철회와 사과의 뜻을 밝히는 입장문에서 "글로컬 사업, 무전공 학생 선발, 의대 정원 증원 등 많은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남은 임기 동안 총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비례대표 신청과 철회, 뒤이어 나온 '책임을 다하겠다'는 그의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임기를 잔뜩 남겨두고 비례대표 의원이 되겠다고 후보신청을 할 때는 언제고 들통이 나니까 슬그머니 신청을 철회하고 남은 임기 책임을 다하겠다니 구성원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경북대 동아리 '오버 더 블랭크'는 7일 본관 앞에서 규탄시위를 갖고 "학교 운영과 관련된 중대사를 결정하는 총장직을 유지한 채 개인 정치활동에 나서는 것은 교육과 대학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영달을 앞세운 이기적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직선제 현직 총장의 정치 진출 소식을 접한 학교 구성원들은 비판도 비판이지만 황당해하는 반응이 역력하다.
사회대 A교수는 "총장의 비례대표 신청사실에 교수회와 보직자들 사이에서 민감한 반응이 나오자 서둘러 신청을 철회했으나, 학교의 명예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며 "임기가 남은 총장이 해야할 일은 학교경영의 책임을 지는 건데 우리도 그의 행동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경상대 B교수는 "총장은 남은 임기 책임을 다하겠다고 하지만 이제 본부가 어떤 일을 해도 좋게 볼 사람이 없고 이런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면서 "앞으로 사퇴압박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리더십의 문제가 생겨버렸다"고 지적했다.
사범대 C교수는 "선출직 총장직도 엄연히 공직인데 임기를 채우는 건 구성원에 대한 약속이자 예의"라며 "홍 총장의 정치권 입문시도가 부끄럽고 자괴감이 든다. 철회를 했다해도 앞으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 학교 일부 교수들의 지적처럼 홍 총장의 일탈은 공직자로서 기본의 문제다. 임기가 있는 총장 선거는 4년 임기 동안 대학경영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겠다는 점을 모든 구성원들에게 공표하고 신임을 묻는 절차다. 투표행위를 통해 구성원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이상 총장은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그 책임을 다하는게 도리이자 구성원에 대한 예의이다.
중앙으로 모든 것들이 빨려 들어갈 기세인 한국의 중앙집중화는 그 어느때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이 와중에서 거점대학으로서 일정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경북대 조차 중앙집중의 피해자로 내몰리는 상황이고 보면 대학으로서는 좌고우면할 시간도 한눈팔 시간도 없다.
내부의 동력을 결집해 앞으로 나아가야할 시점에서 터져나온 대학총장의 일탈은 학교 내에 적지 않은 분란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성원들은 이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갈등과 논란 앞에 놓여 있다. 깊은 생각없이 비례대표를 신청하고 또 반발조짐이 보이자 서둘러 철회하는 가벼운 처신에 대학이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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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CBS 이재기 기자 dlwor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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