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경쟁사 취업 안해” 약정서 쓰고도…하이닉스서 美 이직한 직원에 법원 “매일 1천만원 내라”
날로 격화되는 반도체 업체 간 첨단 기술 경쟁 속 기술 유출이 빈번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A씨는 SK하이닉스 퇴직할 무렵 마이크론을 비롯한 경쟁업체에 2년간 취업하거나 용역·자문·고문 계약 등을 맺지 않는다는 내용의 약정서도 작성한 상태였다.
이에 SK하이닉스는 A씨를 상대로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A씨가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며 얻은 정보가 경쟁사인 마이크론으로 흘러갈 경우 SK하이닉스의 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재판장 김상훈)는 최근 SK하이닉스가 전직 연구원 A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위반 시 1일당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에 1일당 1000만원의 이행 강제금까지 내린 것은 법원 역시 반도체 기술, 특히 HBM 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한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으로 꼽히는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를 말한다. 최근 AI 시장 확대로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4세대 HBM(HBM3)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메모리 3위 제조사인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보다 앞서 5세대 HBM 양산 소식을 전하는 등 기술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은 그 동안 HBM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10월 HBM 시장 진출을 선언한 후 공격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인력을 영입하면서 차세대 기술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공장의 설계 도면을 빼내 통째로 본 뜬 반도체 공장을 중국에 세우려 한 혐의로 삼성전자 전 임원이 적발돼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다른 업체로 이직을 준비하던 삼성전자 엔지니어가 국가 핵심기술이 포함된 중요 자료를 모니터 화면에 띄워놓고 이를 사진 촬영해 보관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퇴사한 핵심 기술 인력이 경쟁 업체로 이직한 사실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며 “막상 이를 알아내고 전직금지 가처분 등을 내도 법원의 인용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걸리다보니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1심 사건 총 33건 중 무죄(60.6%)와 집행유예(27.2%)가 전체의 87.8%를 차지했다.
2022년 선고된 영업비밀 해외 유출 범죄의 형량은 평균 14.9개월에 불과했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NISC)가 200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20년간 집계한 산업기술 해외 유출은 총 552건으로, 피해 규모는 10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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