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사직 한 달 후면 자유의 몸" vs 정부 "꿈도 꾸지 말라"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전공의들이 좀처럼 복귀하지 않은 가운데, 이들이 집단휴진이 아닌 '사직서'를 아예 제출한 만큼 쉽게 돌아오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사직 한 달 후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수련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법 등을 근거로 사직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사직이 인정되지 않으면 다른 의료기관 등으로 이직 등이 불가능하므로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오늘(7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시작된 지난달 19일 이후 보름이 훌쩍 지나면서 당초 예상보다 사태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됐다며 복귀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신규 인턴도 임용을 포기하고 있고, 수련하다가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도 거의 안 돌아올 것 같다"며 "올해 생긴 공백이 앞으로 3∼4년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대형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금 병원 밖으로 나간 전공의들은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를 하겠다고 했던 의사들"이라며 "감정이 악화하다 보니 이 사태가 어떻게든 정리되더라도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전공의들 중에 풍족한 가정 출신이 많고, 자기주장이 강한 'MZ세대'라는 점도 이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바로 전공의들의 사직서가 수리돼 전공의들이 자유롭게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직하거나 개업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공의들은 민법을 근거로 사직서를 제출한 후 한 달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직 효력이 발생해 '자유의 몸'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민법 660조는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자의 경우 사직 의사를 밝힌 1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긴다고 봅니다.
법무법인 오킴스 조진석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사직서 제출 후 30일 지나면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전공의들의 '사직'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의료법에 따른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으므로 애초에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민법 660조는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자에 해당하는 만큼, 수련기간이 정해진 전공의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합니다.
사직이 인정되지 않으면 전공의들은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에 따르면 전공의는 의료기관을 개설해선 안 되며,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수련병원 외의 다른 의료기관에 근무할 수도 없습니다.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전공의는 병의원 개설이나 취업이 불가능하고, 병의원이 이들을 채용하는 것도 '불법'이라는 뜻입니다.
서울시의사회가 전공의들을 돕겠다며 최근 구인·구직 게시판을 열었지만, 정부는 이 또한 불법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겸직 위반을 하면 또 징계사유가 된다"며 "처방전을 다른 사람 명의로 발행하거나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면 그 자체가 의료법 위반으로 면허자격 정지가 되고, 징역과 벌금 등 벌칙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사직의 효력을 놓고 다투는 전공의와 정부 간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 행정소송 전문 변호사는 "전공의들은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이 동반되는 만큼 이를 다투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집행정지 신청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경우 전공의의 복귀 여부는 결국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는 것에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전공의가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느냐 여부가 사태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정부는 현장점검 결과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해 미복귀 한 것으로 확인된 근무 이탈자에게 지난 5일부터 행정처분(면허정지) 사전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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