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간 SK하이닉스 前연구원 전직금지 가처분 인용…반도체업계 잇따른 인재·기술 유출 시도

이진경 2024. 3. 7. 13: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업계 잇따른 인재·기술 유출 시도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전직 연구원을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이 인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법조계와 반도체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재판장 김상훈)는 최근 SK하이닉스가 전직 연구원 A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위반 시 1일당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채무자(A씨)는 오는 7월26일까지 미국 마이크론과 각 지점, 영업소, 사업장 또는 계열회사에 취업 또는 근무하거나 자문계약, 고문계약, 용역계약, 파견계약 체결 등의 방법으로 자문, 노무 또는 용역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채무자가 재직 시 담당했던 업무와 채무자의 지위, 업무를 담당하며 지득했을 것으로 보이는 채권자(SK하이닉스)의 영업비밀과 정보, 재직 기간, 관련 업계에서의 채권자의 선도적인 위치 등을 종합하면 전직금지 약정으로써 보호할 가치가 있는 채권자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무자가 지득한 정보가 유출될 경우 마이크론은 동종 분야에서 채권자와 동등한 사업 능력을 갖추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 기간 단축할 수 있는 반면 채권자는 그에 관한 경쟁력을 상당 부분 훼손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정보가 유출될 경우 원상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한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연합뉴스
A씨는 SK하이닉스에 입사해 HBM 사업 수석, HBM 디자인부서의 프로젝트 설계 총괄 등으로 근무하며 D램과 HBM 설계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7월 퇴사하면서 SK하이닉스와 ‘퇴직 후 2년간 동종 업체에 취업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정보보호서약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A씨는 지난해 마이크론 본사에 임원 직급으로 입사했다. 이 사실을 안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법원에 전직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SK하이닉스는 “HBM을 포함한 D램 설계 관련 기술은 국가 핵심기술에 포함되기에 법원의 판결은 적법하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는 이번 법원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해외 경쟁 업체로의 이직·기술 유출을 줄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인공지능(AI)이 확산하면서 HBM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까지 반도체 전 영역에서 각국, 각 기업이 각축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 로고. EPA연합뉴스
HBM의 경우 마이크론은 최근 HBM 5세대인 HBM3E 8단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HBM3E 양산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앞지른 것이다. 마이크론은 3월 중 36GB 12단 HBM3E 샘플 공급도 시작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 8단 양산을 준비 중이고, HBM3E 12단 샘플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HBM3E 12단 개발에 성공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1나노(㎚·10억분의 1m) 반도체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인텔이 1.8나노, 1.4나노 도입을 선언했다.

중국도 미국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 반도체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기술력에서 앞선 한국 반도체 기업에서 인력과 기술을 빼내려는 시도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말 검찰은 2016년 중국 신생 반도체업체인 창신메모리에 삼성전자 16나노급 D램 핵심기술을 넘긴 혐의로 한 삼성전자 전직 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직원은 삼성전자를 그만둔 뒤 중국 업체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D램 공정을 중국에 유출하려던 협력업체 임직원이 적발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으로 이직을 준비하던 삼성전자 직원이 3나노 공정 기술을 빼돌리려다 적발돼 징역 1년6개월 선고가 확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전체 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 적발 사건을 집계한 자료를 보면 전체 23건 중 절반 이상인 15건이 반도체 분야였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유출에 대한 심각성을 고려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사전 예방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