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도 필드플레이어? 골킥도 패스? 골킥 골키퍼 전담 시대 끝[스경X트렌드분석]

김세훈 기자 2024. 3. 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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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골키퍼 골킥과 필드 플레이어 골킥 비율 비교. 디애슬레틱, 옵타 제공



골킥을 골키퍼가 차는 경우가 줄고 있다. 필드 플레이가 골킥을 짧게 차고 골키퍼가 잠시 필드 플레이어로 뛰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골키퍼 발재간이 좋을수록, 볼을 소유하는 능력이 뛰어날수록, 감독이 배짱이 좋을수록 과감한 플레이들이 많이 나온다. 프리미어리그가 그렇게 변하고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7일 “필드 플레이어 20명이 공중볼을 다투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며 골키퍼를 필드 플레이어처럼 쓰는 빌드업 축구가 대세가 됨을 알렸다.

디애슬레틱은 프리미어리그 20개팀을 대상으로 필드 플레이어가 골킥을 하는 비율과 골키퍼가 하는 비율을 비교했다. 디애슬레틱은 “2023~2024시즌 필드 플레이어가 골킥을 하는 평균 비율이 13.1%”라며 “2018~2019(0%), 2019~2020(0.2%), 2020~2021(0.6%), 2021~2022(1.0%), 2022~2023(7.0%)보다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프리미어리그 시즌별 필드 플레이어 골킥 비율 비교. 디애슬레틱



필드 플레이어는 골킥을 냅다 길게 차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수비수처럼 뛰는 골키퍼에게 또는 동료 수비수에게 골킥을 짧게 찬다. 킥을 받은 골키퍼 또는 수비수는 상대 압박을 피해 빈공간으로 전진패스를 한다. 목적은 단 하나다. 빌드업 과정에서 상대보다 수적으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골을 가진 상태에서 상대 공격수 2명, 우리 수비수 2명, 우리 골키퍼 1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골키퍼가 골킥을 차려한다면, 상대 공격수 2명은 우리 수비수 2명을 압박한다. 반대로 필드 플레이어가 골킥을 준비하고 골키퍼가 잠시 필드플레이어로 뛰면 상대 공격수 2명은 우리 선수 3명을 상대해야 한다. 골킥을 하려는 필드 플레이어가 압박을 받지 않으면 자유롭게 드리블하면서 전진하면 된다. 골키퍼가 골킥을 동료에게 짧게 찬 뒤 순간적으로 필드 플레이어처럼 뛰는 것도 수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모두 볼 간수 능력, 패스 능력, 순발력이 뛰어난 골키퍼를 이용해 빌드업 초기 단계에서 수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부분 전술이다. 그만큼 상대 진영에 빈 공간이 늘고 우리 선수들은 압박을 덜 받게 된다. 볼만 잘 간수하면 숫적으로 유리한 생황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필드 플레이어가 골킥을 하는 경우에는 물론 리스크가 따른다. 순간적으로 골키퍼가 골문을 비운 사이 너무 이른 시각에 볼을 빼앗기면 실점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골키퍼가 골킥을 하는 필드 플레이보다 전진하면 오프사이드 상황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두가지 리스크만 잘 관리해 볼을 전진시킨다면 골 찬스는 더 난다. 필드 플레이어가 골킥을 하는 비율이 높은 팀은 브라이튼(4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42%), 아스널·풀럼(이상 35%), 리버풀(29%) 순이다. 브라이턴은 리그 9위지만 득점은 7위(49골)다. 실점(44실점)이 다소 많아 리그 순위는 약간 처졌다.

반대로 골킥을 골키퍼가 도맡고 있는 팀들도 있다. 본머스(13위), 크리스털 팰리스(14위), 셰필드 유나이티드(20위)는 모든 골킥을 골키퍼가 찬다. 그다음으로 높은 팀은 브렌트퍼드(15위)·에버튼(16위) 99%, 번리(19위)·루톤 타운(18위) 98%, 뉴캐슬 유나이티드(8위) 97%, 노팅엄 포레스트(17위) 96%다. 대부분 리그 순위가 하위권이다. 강한 팀들이 너무 무서운 탓에 조직적인 빌드업보다는 일단 상대 진영으로 멀리 골킥을 차 보내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이려는 팀들이다. 그런데 골킥을 길게 찰 경우, 유리한 팀은 상대팀이다. 상대 선수들은 공을 정면으로 똑바로 보고 뒤에서 앞으로 뛰어나오며 도움닫기 점프를 하기 때문에 볼을 머리에 맞출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공격하는 선수들은 뒷걸음질로 상대 골문으로 가면서 점프하기 때문에 타점이 상대적으로 낮다. 롱킥은 부정확할 뿐만 아니라 볼 소유권을 잃기도 쉽다.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구단별 골킥 평균 거리 비교. 디애슬레틱



프리미어리그 20개팀 중 빌드업을 잘하면서도 결과도 좋은 팀은 첼시, 아스널, 맨유, 뉴캐슬, 맨체스터 시티로 분석됐다. 빌드업은 잘하는데 성적이 좋지 않은 구단은 브라이턴, 크리스털 팰리스, 번리, 울버햄프턴으로 드러났다. 골킥 거리가 가장 짧은 구단은 브라이턴(약 12.5m), 토트넘(약 20m), 맨유·아스톤 빌라(약 26m), 리버풀(약 28m), 아스널·첼시(약 29m)다. 반대로 가장 멀리 골킥을 하는 팀은 크리스털 팰리스(약 49m), 번리·셰필드(약 48m), 루톤 타운(약 44m), 에버튼(약 42m) 순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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