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하고 단말기까지 바꾸면 갤S24 지원금이 100만원?

김재섭 기자 2024. 3. 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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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전환지원금’ 허용 고시 제정안 14일 관보 게재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에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시리즈 갤럭시 에스(S)24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오는 15일부터는 번호이동을 통해 이동통신 사업자를 바꾸면서 단말기를 갤럭시S24로 교체하며 공시지원금을 받겠다고 하면, 새 사업자로부터 공시지원금과 전환지원금을 더해 100만원(이하 월 정액요금 10만원 이상짜리 고가 요금제 가입 기준)을 받게 되는 건가요?’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령을 개정해 신설한 ‘예외’ 조항에 따라 이동통신 사업자가 경쟁업체 가입자를 빼 올 때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번호이동에 드는 비용 지원)을 줄 수 있도록 새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이동통신 사업자 변경 시 번호이동 지원금 지급 기준’(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해, 기대감을 갖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고시 제정안 행정예고 사실을 전하는 기사에도 이런 내용의 댓글이 붙고 있다.

방통위는 고시 제정안 시행 일정에 대해 “오는 11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모인 의견에 따라 고시 제정안을 정비해, 14일 관보에 게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시는 관보에 게재되는 것으로 시행 준비 절차가 끝난다. 오는 15일부터는 이동통신사들이 경쟁업체 가입자를 빼 오면서 최대 50만원까지 전환지원금을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환지원금은 위약금과 심 카드 발급비 등 사업자를 바꿀 때 발생하는 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 공시지원금은 포함되지 않아, 명목상으로는 공시지원금 50만원(이하 단말기를 갤럭시S24로 교체할 때 기준)과 전환지원금 50만원을 더해 1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관건은 이동통신사들이 전환지원금을 그만큼 책정하겠냐이다. 7일 방통위와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고시 제정안에 담긴 ‘50만원’이란 숫자는 말 그대로 상한선이다. ‘이를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이동통신사 재량으로 전환지원금을 책정해 줄 수 있다’로 해석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또한 사전 공시한 금액을 초과하거나 가입자 차별이 금지되는 공시지원금과 달리, 전환지원금은 가입자별로 차등해 지급해도 된다. 번호이동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지원하는 성격이라, 가입자별로 위약금 발생 정도에 따라 달리 책정해 줄 수 있다.

방통위는 어떤 근거로 전환지원금 상한을 50만원으로 정했을까.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운데 월정액요금이 가장 낮은 게 8만~8만5천원짜리고, 이 요금제 가입자가 선택약정할인을 선택하며 24개월 약정을 맺었을 때 받을 수 있는 요금할인 총액이 48만~51만원”이라며 “이를 잣대로 50만원이 산출됐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계산식 역시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제공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의견 수렴 과정에서 전환지원금 상한이 조정될 수도 있다. 또한 방통위와 이동통신 사업자들 사이에 암묵적인 ‘룰’이 만들어지고, ‘딜’이 이뤄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전환지원금은 단말기 보조금이 아니니 선택약정할인율 조정에 반영하지 않기로 한다거나, 전환지원금 책정 및 조건 설정 절차 등을 이동통신사에 일임한다 등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공시지원금 대신 전환지원금을 갖고 경쟁하는 방식으로 선택약정할인율 조정 걱정 없이 마케팅 전략을 짤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전환지원금은 ‘50만원 상한’이란 안전판까지 만들어져 있어, ‘무한 경쟁’ 걱정 없이 레이스를 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거금을 주고 경쟁업체 가입자를 빼 와봤자 상대도 거금을 들여 그만큼 빼가면 모두 비용만 썼을 뿐 남는 게 없는 꼴이 되는데, 과연 전환지원금 허용 효과가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동통신 3사 가운데 꼴찌인 엘지유플러스(LGU+)가 가입자 점유율을 높여 2위 사업자로 도약하기 위해 먼저 지르거나, 자금력을 갖춘 신생 알뜰폰 사업자가 가입자 점유율을 높여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나설 수 있다”며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1월 소비자 후생 후퇴를 이유로 단통법 폐지 추진 방침을 발표했지만, 입법부인 국회 통과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이유로 시행령을 개정해 사업자 간 경쟁 활성화를 통한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를 살리기로 한 바 있다. 시행령에 예외 조항을 두고, 이를 구체화한 고시를 새로 만들어, 이동통신사 간 공시지원금 경쟁에 더해 가입자 쟁탈전도 활성화시켜 소비자 후생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왼쪽)이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강변테크노마트 휴대전화 유통점을 방문, 업주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데 이어 오는 14일 고시도 시행되면, 이동통신사들은 가입자 유치 경쟁의 날개를 맘껏 펼칠 수 있게 된다. 공시지원금 레이스를 하면서 전환지원금 경쟁도 벌일 수 있다. 지원금을 많이 쓴다고, 지원금으로 가입자를 차별한다고 정부가 뭐라 하지도 않는다. 당연히 단통법을 어긴 혐의로 방통위 조사를 받고, 과징금을 물 일도 없다.

그런데 이동통신사들의 태도가 시큰둥하다. 볼멘소리까지 한다. 한 이동통신사 임원은 “전환지원금을 주려면 전산 작업이 마무리돼야 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유통점들도 준비가 안 됐다며 불안해한다”고 밝혔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저가 요금제 출시로 매출이 줄고, 단통법 폐지 발표에 따른 마케팅비 증가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난색을 보였다. 또 다른 이동통신사 임원은 “정부 결정이 너무 빠르게 일방적이다. 자금력이 떨어지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정부와 정치권이 ‘민생’을 앞세워 밀어붙이고 있으니, 이동통신사들이 총선 전에 ‘시늉’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동통신 3사는 갤럭시S24 공시지원금을 열흘 사이 2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높이는 등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모습을 보였으나, 결과적으로 선택약정할인 선택 때 혜택을 밑도는 선에서 머물러 ‘애초부터 짜고 친 고스톱’ 내지 ‘시늉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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