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전시회에 페인트 회사가?… 종합화학사 꿈꾸는 노루

이은영 기자 2024. 3. 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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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배터리서 전용 접착제 등 공개
CK이엠솔루션도 3년 연속 참가
“이차전지용 접착제 개발은 도료 회사를 넘어 종합화학회사로 가기 위한 기반을 쌓는 하나의 과정입니다.”

이성곤 노루페인트 연구소장은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노루페인트에서 33년째 기술을 연구하는 이 소장은 “페인트는 기본적으로 접착 기능이 있는 소재다. 여기에 방열, 난연, 접착, 충격·진동 흡수, 경량화 등 기능을 어떻게 강화하느냐에 따라 각 산업에 필요한 전문 소재가 될 수 있다”며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꾸준히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페인트를 넘어 제품 표면에 바르는 모든 것을 다루겠다는 것이 노루그룹의 구상이다.

지난 6일 '인터배터리 2024'에 마련된 노루페인트 부스. 노루페인트는 이날 전시회에 처음 참가해 16종의 이차전지·수소 연료전지용 접착제 등을 선보였다. /이은영 기자

6일 오후 찾은 노루페인트 부스는 완성차 회사 관계자부터 소재 회사 관계자, 대학생까지 다양한 방문객으로 붐볐다. 제품을 직접 볼 순 없었지만, 부스 내 대형 스크린에 제품을 설명하는 영상이 재생됐다.

대형 스크린 옆에는 제품의 스펙과 활용도 등을 보여주는 스마트 화면이 제품군(배터리 셀·모듈·팩·수소 연료전지)별로 하나씩 마련됐고, 각각의 스마트 화면 앞엔 회사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으려는 방문객들이 줄이었다. 이날 하루에 1000명가량이 부스를 다녀간 것으로 회사는 추정했다.

노루페인트는 페인트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2011년부터 전자제품용 접착제 등 소재를 개발해 왔다. 2018년부터는 친환경 에너지 관련 소재 개발에 뛰어들었다. 수소 연료전지용 접착제 개발을 시작으로 이차전지 제조에 쓰이는 바인더와 접착제, 몰딩제 등 개발을 마쳤다.

지난 6일 '인터배터리 2024'에서 만난 이성곤 노루페인트 연구소장. 노루페인트에서 33년째 연구개발을 하고 있는 이 소장은 "이차전지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꾸준히 개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은영 기자

올해 처음으로 인터배터리에 참가한 노루페인트는 이차전지와 수소 에너지 제조용 소재 16종을 선보였다. 각각 ▲이차전지 셀 소재 제품 3종 ▲이차전지 모듈 소재 제품 8종 ▲이차전지 팩 소재 제품 2종 ▲수소 에너지 분야 접착제 3종이다. 이 중 일부는 고객사를 확보해 양산을 시작했다.

이차전지용 제품은 배터리 제조 공정에 쓰이는 바인더, 접착제, 몰딩제, 갭 필러, 폼, 코팅제 등이다. 주로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방출해 화재를 예방하거나, 화재 발생 시 번짐을 최소화하는 기능을 갖췄다. 수소 에너지용 제품은 수소 연료전지 작동 환경에 특화된 전용 접착제로 연료전지 스택을 만드는 데 쓰인다.

이성곤 소장은 “기존 페인트 사업에서 내세우던 노루의 강점은 열에 강한 ‘내화도료’였다. 열을 잘 견디면서 제품 표면에 접착되는 것이 내화도료의 특징이다 보니, 배터리 산업 현장에서 전용 소재를 개발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현장의 수요와 노루의 기술력이 맞아떨어져 제품화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제품군은 앞으로도 늘려 갈 예정이다. 배터리뿐만 아니라 소재 산업 전반으로 확장해 나가자는 것이 회사의 장기 비전”이라며 “지금은 종합화학회사로 가기 위한 기반을 차근차근 쌓아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인터배터리 2024'에 참가한 CK이엠솔루션의 강승경(왼쪽에서 네 번째)CTO가 방문객에게 회사를 소개하는 모습. CK이엠솔루션은 3년째 인터배터리에 참가했다. /이은영 기자
'인터배터리 2024' CK이엠솔루션 부스에 마련된 우레탄 방열 접착제 적용 예시. 방열 접착제는 이차전지 셀과 모듈 등을 접착하는 데 쓰인다. /이은영 기자

이날 전시회에는 조광페인트 자회사 CK이엠솔루션도 참가했다. CK이엠솔루션은 조광페인트 3세인 양성아 대표가 2021년 설립한 소재 전문 자회사로, 국내 페인트 업체 중엔 유일하게 3년 연속 인터배터리에 참가하고 있다.

CK이엠솔루션은 이차전지용 방열 접착제를 개발했다. 에폭시, 우레탄, 실리콘 등을 원료로 한다. 이 가운데 우레탄 방열 접착제는 열전도도와 내후성, 탄성 등이 고루 뛰어나 주력 제품으로 꼽힌다. 배터리 모듈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상자 모양으로 감싸는 하우징 과정에서 이 제품이 쓰인다.

CK이엠솔루션 관계자는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헝가리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2027년부터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전까지는 이차전지뿐만 아니라 일반 전자제품에도 사용될 수 있는 방열 실리콘 패드로 매출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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