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정부 강공에 의대 교수 사직 러시…집단행동 확산
가톨릭의대 학장단 전원 사퇴서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원장 '강경파' 선출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을 향한 정부 압박이 거세지면서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도 확산하고 있다. 정부의 강경 대응과 대학본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증원 신청에 의대 교수들은 사직 의사를 밝히거나 성명을 내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가톨릭대학교 의대 학장단은 전날 전원 사퇴서를 제출했다. 정연준 의대 학장은 입장문을 통해 "교육과 수련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해야만 하는 학생과 전공의들에게 교육자이자 어른으로 얼굴을 들 수 없다"며 "의대 정원 신청 과정에서 교수, 학생, 전공의들의 의견을 무시한 정부와 대학본부의 일방적 진행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 학장은 "우리의 능력과 현실을 객관적으로 검토한 결과 2025년에 최적 7명, 최대 17명까지의 증원을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지난해 11월 대학본부가 제시한 '100%(93명) 증원' 대신 현실적으로 가능한 규모를 반영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과적으로 지난번과 같은 수로 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사퇴서가 수리되거나 학장단 향후 거취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톨릭대 관계자는 "보직만 물러나기로 일단 입장 표명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상국립대 의대 보직교수 12명 또한 대학본부의 의대 증원 신청을 항의하는 차원에서 보직 사직원을 제출했다. 보직 사직원은 교수가 소속 학과에서 각자 담당하는 학장, 부학장, 학과장 등의 행정 보직을 사임하는 것으로, 교수직은 유지한다. 경상국립대는 정부에 200명 규모 의대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광대 의대 교수들도 성명을 내고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과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들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정당한 주장을 하는 이들에게 어떠한 피해가 발생한다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원광대는 현재 93명인 의대 정원을 2배인 186명으로 늘려 달라고 교육부에 신청했다. 이에 반발한 교수 5명은 지난 5일 보직을 사임했다.
건국대병원 교수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제자들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수협은 "피교육자 신분인 인턴과 전공의 사직으로 대한민국 의료가 마비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필수의료를 누가 어떻게 지켜왔는지 민낯이 드러났다"며 "이런 의료환경을 대물림 시킨 선배 의사로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명확하지 않은 근거에 추산한 졸속 의대 증원으로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할 수 없다는 자괴감과 참담함을 느낀다"면서 "수련의와 전공의에 대한 협박과 처벌이 지속돼 그들이 병원으로 돌아올 수 없다면 교수직 수행의 의미와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강원대 교수 10여명은 지난 5일 삭발했다. 이들은 "새학기가 됐지만 의대에는 학생이 없고, 강원대는 일방적인 140명의 증원 규모를 제출함으로써 학생들이 학교에 돌아올 통로를 막았다"고 비판했다. 배대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윤우성 경북대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SNS를 통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교수 77.5%가 전공의 사법처리에 반발하는 의미의 겸직 해제 또는 사직서 제출에 찬성했다는 내용의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교수 일부는 지난 4일 긴급 교수간담회를 열고 전공의 보호에 나서지 않는 김영태 병원장과 김정은 의대 학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전날 열린 김 병원장과의 간담회에서는 "정부에 현 상황을 강력히 얘기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고 한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2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 향후 움직임을 논의 중이다. 방 교수는 서울의대 교수들 중에서도 의대 증원 2000명을 반대하는 강경파로 평가된다.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 증원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도 함께 제출했다.
정부는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하는 등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의대를 보유한 전국 40개 대학은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총 3401명 늘려 달라고 정부에 신청했다.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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