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트럼프? 차라리 바이든?…헤일리 표심 캐스팅보트 부상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미국 대선 판도를 바꿀 '한줄기 변수'로 남았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끝내 중도 하차하면서 그에게 몰려갔던 지지층 표심으로 본선 무대의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게 됐다.
이들은 대체로 '트럼프도, 바이든도 싫어서' 헤일리로 몰려갔던 지지자라는 점에서 6일(현지시간) 헤일리의 경선 사퇴로 당장은 '백지'가 된 투표 용지를 받아들게 됐다. 특히 헤일리 전 대사가 경선에서 중도하차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표명을 공식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이들은 갈 길을 잃은 채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하지만 헤일리 지지층이 대체로 고학력층, 도심 출신, 중도 성향 유권자라는 점에서 대선 본선이 박빙으로 흐를 경우 승부를 가를 '마지막 한방'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보도에서 헤일리 지지층이 이처럼 갈팡질팡하는 분위기라고 전하면서 이들의 표심을 크게 '그나마 트럼프', '차라리 바이든', '부동층' 등 세가지로 구분했다.
우선 11월5일 본선에서 어쩔 수 없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겠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는 "꽤 많은 헤일리 지지자들이 트럼프에 환멸을 느끼는 공화당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이든 지지로 변심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게 WP 진단이다.
이들은 헤일리를 지지했던 주된 이유가 '안티 트럼프'라는 점이며, 트럼프의 인성, 정신건강, 사법리스크를 심각하게 우려하지만 그래도 대선에서는 공화당이 이기는 데 투표할 것이라는 점에서다.
미네소타주에서 헤일리를 지지해온 55세 여성은 "나는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그는 말실수를 너무 많이 한다"고 헤일리 지지로 돌아섰던 이유를 밝히면서도 그의 사퇴 이후에는 "나는 공화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 바이든이 연임하는 것을 보고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타주의 26세 남성도 "지금은 최악이냐 차악이냐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며 "바이든은 신체적으로는 말을 못할 정도고, 정신적으로도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최소한 기능을 하기는 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실시된 퀴니팩대 여론조사에서는 헤일리 지지자 중 트럼프에게 투표할 의사가 있다는 비율이 절반에 달한 반면 바이든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기권하거나 제3후보에게 투표하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은 12%였다.
실제로 헤일리 지지 기반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조 바이든 대통령만큼 두텁지는 않지만 올해 대선 판도의 향방을 가를 '경고장'이 될 수는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은 분석했다.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대세론'에 떠밀려 헤일리 전 대사가 고전을 면치 못하긴 했지만 그의 지지층은 경선지 2곳에서 헤일리에게 승리를 안겨주면서 '상당한 힘'을 증명했다는 점에서다.
헤일리 지지층은 대체로 대학 교육을 받은 도시 지역 중도 성향 유권자로 분석된다.
공화당 쪽 정치 전략가인 케빈 매든은 "이번 대선을 판가름할 사람이 바로 그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진영에서는 당장 헤일리 지지층을 포섭하는 데 관심을 두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진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선에서 치고받았던 헤일리 전 대사에게 과거를 뒤로 하고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대신 여전히 말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놓쳐버린 표심이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에게 '뜻밖의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CNN 방송의 노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경선 출구 조사를 인용해 헤일리 지지층의 81%가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 81%는 대략 25만표에 해당하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이보다 훨씬 적은 74만표 차이로 노스캐롤라이나주 승리를 따냈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쪽 전략가인 사이먼 로젠버그는 트럼프 진영을 겨냥해 "정치적으로 바보같은 일"이라며 "공화당은 당 전체의 결집 없이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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