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환 삼천리자전거 회장, 어쨌길래 배임 혐의 받나
삼천리자전거 자원 활용해 참좋은레져 몸집 부풀렸다는 의혹
주가 오르자 참좋은레져 지분 삼천리자전거에 매각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김석환 삼천리자전거 회장이 배임·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어떠한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9월 김석환 회장의 혐의와 관련해 서울 강남 본사, 의왕 공장, 계열사 스마트자전거 등을 압수수색했다.
7일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김석환 회장의 범죄 혐의 중 하나는 '주가 조작'으로, 분할 계열사의 주가를 올린 뒤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삼천리자전거에 매각, 개인 자금을 챙기는 방식으로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주가를 올리는 과정에서 계열사의 몸집을 부풀리기 위해 삼천리자전거의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사건은 삼천리자전거가 참좋은레져(현 참좋은여행)와의 인적분할을 실시한 2007년에 시작된다. 코스닥에 재상장한 참좋은레져는 고급 자전거, 자전거용 부품 등을 판매하는 자전거 사업부와 여행 패키지, 항공권을 판매하는 여행 사업부로 구분돼 운영됐다. 이전까지 일반 자전거와 고급 자전거 사업을 동시에 벌인 삼천리자전거는 참좋은레져 등장 시점부터 겉으로는 일반 자전거 사업부만 맡게 됐다.
의아함을 자아낸 대목은 고급 자전거 브랜드인 첼로, 블랙캣 외 내부적으로 일반 자전거 브랜드로 여겨진 아팔란치아까지 양수도 계약을 통해 참좋은레져로 이관됐다는 것이다. 나아가 더 큰 문제로 지목되는 부분은 브랜드 이관 이후에도 아팔란치아의 관리, 개발, 판매 등 모든 사업이 참좋은레져가 아닌 삼천리자전거의 인력과 비용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당시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참좋은레져가 자사 역량만으로 아팔란치아 사업에 나섰을 경우 영업이익이 발생할 수 없었던 구조라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계는 삼천리자전거가 판매 전표를 작성할 때도 아팔란치아에 대한 성과를 참좋은레져가 직접 달성한 것처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아팔란치아 브랜드는 다시 삼천리자전거에 이관된 상태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팔란치아 사업이 참좋은레져로 이관됐으나, 사업을 벌일 때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삼천리자전거가 지불했다. 아팔란치아 담당 직원들도 모두 삼천리자전거 직원들로 유지됐다"며 "참좋은레져의 자전거 사업부는 아팔란치아 브랜드에 관한 어떠한 일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심지어 삼천리자전거 측은 지점과 특판팀에 판매 수당까지 지급하며 아팔란치아 브랜드 판매를 독려하기도 했다"며 "이러한 노력으로 거둔 판매 성과(연간 100억~120억원 추정)는 삼천리자전거가 아닌 참좋은레져의 몫이었으며, 참좋은레져가 아팔란치아를 판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작업은 2010년까지 지속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러한 작업이 참좋은레져의 주가를 올리기 위한 의도적 움직임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결과적으로 김석환 회장은 2009년 6월과 11월, 삼천리자전거 자원을 투입해 성장시킨 참좋은레져의 주식 전량(172만8074주)을 삼천리자전거에 매각했다. 삼천리자전거를 통해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하고, 별도로 수백억원 수준의 자금을 챙긴 셈이다.
김석환 회장의 주식 매각 이후 참좋은레져의 주가는 1년 만에 1만원대에서 5000원대로 반토막 났다. 이로 인해 삼천리자전거는 아팔란치아 판매를 위한 비용뿐만 아니라 주가 하락 손해까지 입게 됐다. 이후 참좋은레져는 참좋은여행으로 상호를 변경해 여행 사업만 맡고 있으며, 현재 주가는 70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기존 참좋은레져의 자전거 사업은 사실상 김석환 회장 개인 회사이자 삼천리자전거를 지배하고 있는 지엘앤코(GL&Co)로 넘어간 상태다.
삼천리자전거 측은 당시 계열사 참좋은레져의 몸집을 의도적으로 부풀리기 위해 자사 인력·비용을 투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오래전 일이지만, 참좋은레져가 삼천리자전거에 용역비를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957년 3월생인 김석환 회장은 고 김철호 기아차 창업주의 손자다. 기아차가 지난 1998년 현대차에 인수되기 전까지 자금부서, 수출 담당 임원 등으로 일했다. 김석환 회장은 아버지 김상문 전 기아그룹 명예회장에 이어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을 스스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어려운 사업 환경, 기아그룹 사업 규모에 대한 부담 등이 이유로 거론되며, 경영권 포기 의사는 1979년쯤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석환 회장은 2017년까지 한국자전거공업협회 회장을 지냈다.
삼천리자전거는 1944년 설립된 자전거 부품 기업 경성정공에서 출발했으며, 기원에 따라 기아차와 형제 회사로 분류됐다. 그러나 1985년 기아차와 완전히 분리돼 독립적으로 자전거 중심의 사업을 펼쳐왔다. 현재 전국 1200여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삼천리자전거의 지난해 기준 실적은 매출 1068억원, 영업손실 67억원이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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