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연대임금’ 신기루[뉴스와 시각]

이용권 기자 2024. 3. 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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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임금 격차가 심했던 스웨덴에는 '연대임금'이 등장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아래 대기업 임금 인상은 자제하고, 중소기업 임금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소속 노조의 임금 및 단체협상 가이드라인인 '2024년 임금인상요구율'을 최근 8.3%로 확정하면서, 연대임금 조성분 1.5%를 포함한 것이다.

연대임금을 노조 인상분에 더한 것도 논란이지만, 그 비율도 기본임금인상분(4.8%)은 물론, 물가 폭등에 따른 실질임금 미반영분(2.0%)보다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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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권 사회부 차장

1950년대 임금 격차가 심했던 스웨덴에는 ‘연대임금’이 등장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아래 대기업 임금 인상은 자제하고, 중소기업 임금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시행 후 노동계에선 기업 간 임금 격차를 빠르게 줄였다는 평가를, 산업계에서도 대기업의 고임금 지급 부담이 줄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수익 구분 없이 일괄 동일임금을 적용하면서 불거진 이익 배분 등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1980년대 중반에 사라졌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연대임금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심각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이 연대임금을 들고나왔다. 소속 노조의 임금 및 단체협상 가이드라인인 ‘2024년 임금인상요구율’을 최근 8.3%로 확정하면서, 연대임금 조성분 1.5%를 포함한 것이다. 연대임금 조성만 보면 의미가 있어 보이지만, 노조가 양보해 임금 인상을 최소화하고, 노조가 없는 영세기업의 임금을 높인다는 본래 취지와 거리가 있다. 연대임금을 노조 인상분에 더한 것도 논란이지만, 그 비율도 기본임금인상분(4.8%)은 물론, 물가 폭등에 따른 실질임금 미반영분(2.0%)보다도 적다. 노조의 임금 인상이 우선이고, 남는 돈으로 기금을 마련해주자는 생색내기 수준으로 보이는 이유다. 고임금을 받는 노조가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 매년 파업을 벌이는 국내 노동 현실과는 괴리감이 클 수밖에 없다.

2022년에 평균 연봉 1억 원을 돌파한 현대차는 노조가 지난 3·1절 연휴부터 오는 10일까지 특별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주말 및 휴일 특근 거부에 들어갔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에서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등으로 전년 대비 12% 인상 수준의 임금협상을 받아낸 바 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도 임금 인상을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지난해 초에도 특별성과급을 받았다. 매년 임금을 두 번씩 인상하는 셈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임금근로자 소득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월평균 소득은 591만 원으로 중소기업 286만 원의 배 이상이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 정규직은 전체 근로자의 12% 수준의 소수며, 나머지 88%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이라는 점이다. 이는 노조가 있는 사람(노조원) 14%, 노조가 없는 사람 86%라는 비율과도 유사하다. 원청과 하청 비율로 봐도 무방하다.

이에 따른 부작용은 이미 만연하다. 많은 근로자가 대기업 보수나 임금 인상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의욕 저하를 넘어 자괴감을 호소한다.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일터를 떠난 많은 청년이 구직 대신 투기성 코인에 올인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녀의 수가 경제력에 비유되는 요즘 시대 저출생 문제와도 연결된다.

스웨덴 실패 사례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동일임금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 사회가 돌아가려면, 최소한 비슷한 업무인데도 임금이 배 이상 차이 나는 비정상적인 이중구조부터 줄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하청의 임금을 늘리기 위해선 원청 노조가 먼저 양보해야 한다. 원·하청 상생을 위해 기금을 조성하는 기업도 나오기 시작했다. 기업도 변해야 하지만, 노조도 바뀌어야 한다.

이용권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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