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생전 대화 공개…“날 죽여도 다른 사람들이 대신할 것”

홍석재 기자 2024. 3. 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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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높은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옥중 돌연사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고 알렉세이 나발니가 4년 전 자신을 향한 '또다른 암살'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한 대화가 공개돼 주목받고 있다.

나발니는 자신이 죽더라도 러시아의 민주화를 이끌 수 있는 '제 2, 제 3의 나발니'가 준비돼 있다고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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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 일간지 리베라시옹, 2020년 12월 대화 입수
지난 3일(현지시각) 스페인 거주 러시아 망명자들이 마드리드의 러시아 대사관 근처에서 알렉세이 나발니를 추모하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악명높은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옥중 돌연사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고 알렉세이 나발니가 4년 전 자신을 향한 ‘또다른 암살’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한 대화가 공개돼 주목받고 있다. 나발니는 자신이 죽더라도 러시아의 민주화를 이끌 수 있는 ‘제 2, 제 3의 나발니’가 준비돼 있다고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 경고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6일(현지시각) “(나의 죽음이 지금의 민주화 운동에서) 아무것도 바꾸지 않을 것이며, 다른 사람들이 나를 대신할 것”이라며 “그들(러시아 당국)이 나를 죽인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나발니의 생전 미공개 발언을 보도했다. 그는 자신이 없으면 러시아 내부에서 민주화 운동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에 수긍하며 “우리 ‘팀’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베라시옹은 지난 2020년 12월17일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국제기구인 유럽평의회의 자크 마이어 의원과 만나 한 대화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 대화를 했을 당시 나발니는 러시아에서 신경작용 독극물 ‘노비촉’ 테러를 당해 쓰러졌다가, 독일로 옮겨 가 치료를 받아 간신히 목숨을 건진 뒤였다. 그는 이 대화 뒤인 2021년 초 위험을 무릅쓰고 고국에 돌아갔고, 귀국 즉시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리고 극단주의 활동 등의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후 3년 넘게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250㎞ 떨어진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지난해 말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교도소의 하나로 ‘북극 늑대’라는 별명을 가진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의 하르프 정착촌에 있는 제3교도소(IK-3)로 이감됐다. 이감 두달 만인 지난달 16일 돌연 사망했다. 나발니 유가족과 러시아 야권 쪽에선 러시아 당국이 그를 암살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암살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교도소에서 나발니를 혹독한 환경으로 내몰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나발니는 당시 대화에서 “러시아가 나와 협상을 전혀 시도하지 않았으며 당국은 (나를) ‘급진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이 갑작스런 죽임을 당하더라도 “내 자리에 설 준비가 된 다른 사람들이 있다”며 “모든 권력이 한 사람의 손에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은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리베라시옹은 당시 나발니가 앞서 당했던 독극물 테러와 관련한 진실을 법적으로 검증하고, 러시아 당국의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 목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이때까지만해도 나발니는 러시아로 돌아갈 경우, 당국이 곧바로 자신을 체포해 구금할지 확신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혹시 자신이 갇히더라도 정치적 동지들로 꾸려진 팀이 반체제, 반 푸틴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는 확신을 드러냈다. 그는 “(귀국하면) 공항에서 체포될지, 또는 기다렸다가 체포할 지는 모르겠지만 러시아 당국은 (내가) 외국에 남아 ‘또 한 명의 이민자’가 되기를 원한다”며 "(나 말고도) 조직을 이끌 다른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전에도 장시간 구금된 상태에서 동지들이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팀’의 다른 정치적 동지들이 그 없이도 문제없이 활동하도록 이미 조직화가 잘 돼있다는 것이다.

나발니는 대화에서 “러시아 국민 절반 이상이 조국이 정상적인 유럽 국가가 되기를 원한다"며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런 종류의 사상과 정치 운동을 분쇄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리베라시옹은 마이어 의원의 말을 따 나발니가 “매우 결단력 있는 투사이자, 화강암 덩어리처럼 강한 인물”이라고 묘사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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