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 의무 제정…글로벌 규제 강화 신호탄

이민경 2024. 3. 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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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를 의무화한 규정을 승인했다. 2년 전 당국이 제안했던 규정보단 완화됐지만 처음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것이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SEC는 기업의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보 공개 규정을 처음 승인했다. 
미국 콜로라도주 크레이그에 있는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많은 투자자가 기후위기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있으며 많은 기업이 기후위기에 대해 공시를 하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승인된 규정은 처음 나온 내용이 아니다. 이번 규정은 겐슬러 위원장 핵심 의제로 SEC는 2022년 이와 관련된 내용을 발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 기업과 공화당 의원들은 규정이 SEC의 권한을 넘어섰다며 반대해왔다.

규정에 따라 기업들은 2026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일부 소규모 기업은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홍수나 산불 같이 기업 수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후 관련 위험 상황도 공개해야 한다. SEC는 기후위기 완화 및 적응을 위한 조치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손실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기업들이 격렬하게 반대했던 핵심 조항은 삭제됐다. SEC는 2년 전 석탄·석유 사용 등 자사 제품이 아닌 다른 기업의 제품 사용 등을 포함한 간접 배출까지도 보고를 요구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해당 요건이 지나치게 부담스럽고 복잡하다며 반대했다. SEC는 이번 발표에서 간접 배출 보고 의무를 삭제했고 기업들은 자사 생산활동으로 직접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에너지 구매에서 발생하는 배출량 보고 의무만을 부여받게 됐다.

이와 관련해 환경단체들은 간접 배출을 제외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약 70%가 간접배출이기에 이 역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비자 단체 퍼블릭 시티즌의 수석 정책 고문인 클라라 본드리치는 “안타깝게도 SEC가 최종 규칙에서 핵심 지표를 삭제해 투자자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규정이 승인되자 주 법무장관들 또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해당 내용이 공개되고 몇 시간 뒤 조지아, 웨스트버지니아, 알래스카 등을 포함한 10개 주 연합은 규정에 대한 법적 이의를 제기했다. 공화당 소속 패트릭 모리시 웨스트버지니아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규칙이 불법이며 위헌”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항소법원에 규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 밝혔다.

중소 금융회사를 대표하는 미국증권협회(American Securities Association) 또한 성명을 내고 규정이 SEC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며 “기업에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요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SEC 대변인은 위원회가 법정에서 이 규칙을 "강력하게 방어"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대응했다고 전했다. 겐슬러 위원장 또한 SEC가 규정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수천 건의 의견을 검토했다며 SEC는 이러한 규정을 만들 명확한 법적 권한이 있다고 했다. 일부 환경단체는 간접 배출을 제외했음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라며 “기후위기는 곧 금융위기”라고 SEC의 규정에 찬성했다.

SEC 외에도 최근 심화하는 기후위기에 기업의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는 기업의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한 주법을 통과시켰는데 이에 한 비즈니스그룹연합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유럽연합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실시해 탄소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배출활동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SEC의 자문을 맡은 콜로라도대 아사프 번스타인 부교수는 “자발적인 보고는 이미 이뤄지고 있다(all over the map)”며 “(이번 SEC 규정처럼) 표준화된 것이 투자자에게 의사 결정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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