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지키는 의료진에 보상"...정부, 간호사 업무 확대 등 장기전 대비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의정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비상진료대책을 확대하고 사태 장기화 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관리본부(중대본)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중대본 이한경 제2총괄조정관은 비상진료대책 확대와 함께 현장 의료진에 대한 보상 확대 방안을 언급했다. 이는 전날 생중계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을 기본으로 한 의료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한 발언의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예비비 1285억 원+α'...대규모 재정 투입해 '현장 의료진' 보상
이 조정관은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1285억 원의 예비비 지출을 의결해 정책 추진동력을 확보했다"며 "정부는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그 곁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해당 예비비는 주로 의료인력의 비상 당직 인건비와 전공의 공백을 대체할 의료인력의 채용 비용으로 사용된다. 공공의료기관 대상으로는 지자체의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하고, 1882억 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 투입 여부도 논의했다.
의료진에 대한 일시적 보상뿐 아니라 보다 제도적인 필수의료 보상 방안 일부도 언급됐다. 이와 관련해 이 조정관은 "응급·고난도 수술에 대한 수가를 전폭 인상하는 방안을 더욱 구체화하겠다"면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조속히 제정해 의사의 법적 소송 부담을 줄이는 한편 환자의 의료사고 입증 부담도 함께 줄이겠다"고 제시했다.
해당 방안은 조만간 구성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더욱 자세히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주(4~10일) 보건복지부는 의료개혁 특위 구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상태다.
의정갈등 장기화에 대비하는 이러한 정부의 행보는 의료계의 단체 행동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날 중대본 회의에선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의료활동을 하다 세상을 떠난 고(故) 이태석 신부가 언급되기도 했다.
이 조정관은 "이태석 신부의 숭고한 정신과 헌신을 되새기며 의사 여러분이 있을 곳인 환자 곁에서 생명을 살리는 흰 가운의 의사로서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다시 회복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지금이라도 병원으로 돌아와 아픈 환자의 곁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PA 간호사 업무지침 확대...이르면 4월 국회 본회의서 제도화 초읽기
의사 직군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정부의 압박 카드도 제시되고 있다. 전날 윤 대통령이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한 '진료지원인력(PA 간호사)'이 대표적이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대통령 발언 하루 만에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발표하고 다음 날인 8일부터 시행한다.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으로 불리는 해당 사업은 지난달 27일부터 한시적으로 수련병원과 종합병원에서 PA 간호사의 일부 의료행위를 허용하고 업무 내용에 대한 제도적 보호를 보장했다.
이번 보완지침에서 정부는 간호사 직군의 허용 의료행위 10개 분야와 위임 금지행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특히, 현 사태에서 시급한 필요성이 제기됐던 간호사 직군이 단독으로 응급환자의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관련 약물을 투여하는 방안을 허용했다.
PA 간호사 업무의 책임과 보상에 대한 근거도 명확히 했다. 각 의료기관은 간호사의 PA 업무 추가 배치를 위한 근거를 문서화하고 이에 대한 자체 보상도 의무화한다. '관리·감독이 미비해 의료사고 등이 발생하는 경우 최종적인 법적 책임은 의료기관장에게 귀속된다'는 문구도 추가됐다. 정부가 행정적·민사적 책임, 형사상 양벌 책임 소재를 확실히 보장한 것이다. 아울러, 각 의료기관에 간호사 교육·훈련체계를 구축하는 등 지속적인 교육 지원도 보장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향후 시범사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 후 제도화를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한간호협회 등은 해당 방안에 대한 법제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의지에 따라 이르면 오는 4월 중에도 입법화가 가능하다. 현 21대 국회 임기 중 4월 본회의가 한 차례 더 예정됐기 때문이다.
올 11월, 문신사 허용 방안 나오나?...의료계 추가 압박 카드 준비
이와 더불어 복지부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허용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현행 의료법상 문신 시술은 의료인에게만 허용된다. 앞서 해당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사회적 요구가 컸으나, 의사 직군의 반대가 컸다. 2020∼2023년 국회에서도 11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은 법안은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는 지난 4일 '문신사 자격시험 및 보수교육 체계 개발과 관리 방안 마련 연구'를 발주했다. 오는 11월 최종 연구 보고서가 발행되면 문신사 국가시험 시행 세부 규정과 위생·안전관리 교육 등 정책 수립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방안이 현실화하면 의료법 개정 등 입법을 통해 제도화 과정도 불가피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날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브리핑에서 "문신 시술 제도화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크다"면서 "국회에 다수 발의된 법안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미리 연구를 통해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연구용역의 배경을 설명했다.
최지현 기자 (jh@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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