年이자 30%주는 예금 나왔다는데…국민들 고통받는 ‘이 나라’

이집트 기준금리 27.25% 인상
코로나로 관광 끊기며 외화 부족
외화 유입, 환율 방어 위해 단행
우크라戰에 물가도 빠르게 올라
IMF, 인상 직후 구제금융 확대
“4조원서 10조6000억원으로”

이집트에서 연 30% 이자를 주는 시중은행 예금상품이 나왔다. 이집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27.25%로 대폭 상향한 직후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이집트는 환율을 방어하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통화 긴축에 집중하고 있다.

이집트 중앙은행(CBE)은 6일(현지시간) 예정에 없던 특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7.25%로 6%포인트 대폭 인상했다.

CBE는 성명을 통해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을 조기 추진하고, 기조 물가 완화를 위해 통화 긴축 절차에 속도를 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자 시중은행도 예금금리를 인상했다. 한 시중은행은 첫 1년에 30% 이자를 주는 예금상품을 내놨다.

이집트가 기준금리를 크게 올린 핵심적인 이유는 외화 부족이다.

관광 산업 비중이 높은 이집트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심각한 외화 부족에 직면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올라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은행 예금상품뿐만 아니라 채권 등 금융상품에서 얻을 수 있는 투자 수익률이 높아져 외국 자본 유입이 증가할 수 있다.

자국 통화 가치가 높아져 환율이 방어되는 효과도 있다. 나가는 돈은 줄고 들어오는 돈은 늘어나기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CBE는 또 환율을 유연화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파운드화 가치를 전적으로 시장이 결정하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역시 환율 안정화를 위한 조치다. 이집트는 최근 1년 동안 환율(1달러당 약 31이집트파운드)을 고정하면서 인위적으로 통화가치 하락을 막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파운드 가치가 떨어졌고, 달러 수요가 커졌다. 고시 가격에 달러가 공급되지 않자 암시장이 활발해졌다. 최근 암시장에서는 환율이 일시적으로 70파운드까지 올랐다.

인플레이션 억제 역시 기준금리 인상의 배경이다.

이집트의 물가상승률은 연간 30% 이상이다. 이집트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의존도가 높은데, 전쟁으로 주식인 빵 가격이 크게 뛰었다.

이집트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IMF는 30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이집트 경제 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IMF는 CBE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직후 이집트에 대한 구제금융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30억달러(약 4조원)에서 80억달러(약 10조6000억원)로 늘린다.

IMF의 이집트 책임자인 이반나 블라드코바 홀라는 모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와 지원 규모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홀라는 “이집트 측의 환율 유연화 조처를 환영한다”며 “이번 조치는 외화 공급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