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한화오션 고발' HD현대重 수사 착수…관전 포인트 셋
'과거' 수사, '현재' 별건 수사, '미래' 심의 얽히고설킨 재수사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경찰이 총 8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 관련 기밀 유출 혐의로 직원들의 유죄가 확정된 HD현대중공업(옛 현대중공업)의 임원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이와 관련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의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이 중대범죄수사과에 사건을 배당한 가운데 관전 포인트 세 가지를 짚어봤다.
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전날 HD현대중공업 임원을 수사해달라는 한화오션 고발 사건을 중대범죄수사과(옛 특수수사과)에 배당했다. 중대범죄수사과는 과거 사직동팀으로 불리며 청와대 하명 사건을 주로 다루는 부서였다. 현재는 주요 특수사건을 담당한다.
중대범죄수사과는 현재 KDDX 기본설계 입찰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준 의혹으로 왕정홍 전 방위사업청장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왕 전 청장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과거' 임원 개입 여부 수사 필요 vs 이미 사법부 판단까지 나와
한화오션 고발 사건은 한 차례 수사 기관에서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향후 수사 범위와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2018년 군사안보지원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1차 수사 이후 군 관계자 등은 군검찰이, 현대중공업 직원 등 민간인은 울산지검에서 수사를 벌여 기소해 재판까지 마무리됐다.
군검찰은 군 관계자를 군사재판에 넘겼고, 울산지검은 현대중공업 직원 9명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다만 검찰은 현대중공업 관계자를 재판에 넘기면서 임원을 포함하지 않았으며, 기소된 직원은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경찰은 동일 사안에서 임원 개입 여부를 추가로 들여다보는 모양새가 됐다. 한화오션은 수사 기록과 유죄 판결문 등을 통해 HD현대중공업의 임원도 개입한 정황이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비밀 서버 운용 예산 집행 등에 임원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한화오션의 판단이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이미 끝난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고발하며 내세운 근거는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에 불과하며 문제를 제기한 사안은 이미 사법부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송치하고 군검찰과 민간검찰이 기소하는 과정에서 구조적인 어려움 때문에 (이번에 다시)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현재' 왕정홍 전 방사청장 사건 영향 관심…경찰 "별개 수사"
경찰은 왕 전 청장이 KDDX 기본설계 입찰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줬는지 의심하고 있다. 방사청이 KDDX 기본설계 입찰 공고를 내기 8개월 전인 2019년 9월 보안 사고 업체 감점 규정을 삭제했는데, 규정이 삭제되면서 현대중공업이 감점을 피해 입찰했다는 의혹이다.
왕 전 청장이 현대중공업이 유리하도록 규정을 바꾼 정황을 들여다보는 경찰이 당시 방사청과 현대중공업 사이 특수성을 따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해당 수사 관련 현대중공업까지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했을 때 성립된다. 직무권한에 해당하는지, 직권을 남용했는지, 타인에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했는지를 따지는 등 사실상 왕 전 청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찰도 한화오션 고발 사건과 왕 전 청장 사건을 별개로 보고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두 사건을 병합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선 현재 별개 사건으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당 사건으로 조사를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래' 계약심의위…입찰 참가 자격 제한 '불씨'
한화오션은 '국기 문란'을 바로 세우는 행위라고 고발 취지를 밝히고 있다. 개입 정황이 있는 임원은 책임을 피한 채 실무를 담당한 부하 직원만 처벌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국가 안보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이 경찰에 넘어간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 자격 제한 불씨가 남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회의체 의결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지만, 계약심의위원회는 심사 기구로써 적용되지 않기에 향후 환경이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방사청은 지난달 HD현대중공업에 '행정지도' 의결하면서 "방사법상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수사기관을 거쳐 사법부 판단까지 나오면 방사청이 다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올해 하반기 예정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구축 입찰에는 물리적으로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수사를 마치고 송치한 뒤 검찰이 기소해 유죄가 확정되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 HD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관리규정 89조 2항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해당 조항은 통합사업관리팀장이 기본설계 결과 기본설계 주관기관이 계속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절차를 거쳐 계속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방사청이 해당 조항에 따라 HD현대중공업에 상세설계 수행을 맡기면 또 다른 '특혜'를 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HD현대중공업은 보안 감점 1.8점을 오는 2025년까지 받는 상황이다. KDDX 사업 관련 양사의 치열한 장외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기술력 진검승부'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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