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P vs 전고체”…K-배터리 거인들, ‘두 토끼’ 잡는 전쟁 시작됐다 [비즈360]
‘캐즘’ 넘기 위해 미드니켈·LFP 등 저가 제품 대거 등장
LG엔솔, 셀투팩으로 가격 낮춰…SDI·SK온, LFP 내년 양산
소재 회사들도 LFP 경쟁…‘기술 초격차’ 경쟁도 치열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기)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개최된 인터배터리 2024는 국내 배터리·소재 업체들의 위기 대응 전략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장이었다. 국내 배터리 3사 등 기업들은 초고성능 제품을 앞세워 차별화를 이어가는 한편, 저가 라인업 구축으로 기술과 대중화를 모두 잡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2회째를 맞이한 인터배터리 전시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높인 제품들이 다수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 업계는 삼원계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중심 전략을 펼쳐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비싼 가격이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로 지적되자,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저가 전기차 양산으로 눈길을 돌렸고, 배터리 업체들도 이에 발맞춰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었다.
업계 1위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셀투팩(CTP)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셀투팩은 셀-모듈-팩으로 이뤄지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모듈 단계를 생략해 더 많은 셀을 탑재할 수 있는 기술이다. 무게는 줄이고 에너지 밀도는 높이는 한편, 모듈 제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경쟁사보다 가볍고 멀리 갈 수 있으며, 경쟁사 수준의 원가를 유지했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며 “(완성차 업체와 셀투팩 관련)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이 함께 공개한 IT 기기용 미드니켈(Mid-Ni) 셀 역시 고가의 니켈 비중을 줄여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제품이다. 미드니켈로 고전압을 구현하는 데 성공,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 향후 전기차용으로도 미드니켈 제품을 개발한다.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저가형 리튬·인산·철(LFP)도 내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SDI와 SK온은 이번 전시회에서 나란히 LFP 배터리의 양산 시점으로 2026년을 제시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2026년부터 LFP를 양산하겠다”고 밝혔고, 이석희 SK온 사장은 “SK온도 LFP 배터리 개발을 완료했고, 고객과 구체적인 협의를 마친 후 내년부터 양산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대표 소재 기업인 포스코퓨처엠 역시 LFP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김준형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은 이번 전시회에서 중국 기업과 LFP 양극재 합작사 설립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총괄은 “LFP 분야에서 잘나가는 회사들이 중국에 꽤 많다”며 “전통적으로 포스코그룹과 좋은 관계를 맺어왔던 중국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여러 업체와 (함께 할) 고민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분과 관련해서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고려해 중국이 25% 정도인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코프로는 LFP 양극재 국내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김윤태 에코프로이노베이션 대표는 “올 연말 생산을 계획 중”이라며 “LFP는 중국이 강세인데 그 시장이 계속 유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저희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앤에프도 이번 전시회에서 LFP용 양극재를 선보이고,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저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초격차 기술력 확보에도 나선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받은 것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전지였다. 전고체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해 안전성과 성능 면에서 진일보한 배터리를 말한다.
삼성SDI는 이번 전시회에서 현재 양산 중인 각형 배터리(P5)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가 40%가량 향상된 900Wh/L의 전고체 배터리를 2027년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황 전지를 차세대 배터리로 준비 중이다. 김 사장은 전고체 전지에 대해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고, 이후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준비할 것”이라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을 내놓으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날 오전 열린 인터배터리 콘퍼런스에서 “리튬황 전지는 2027년, 전고체는 2030년이 목표이며 두 가지를 차세대 배터리로 키우고자 한다”며 “전고체의 경우 경쟁사보다 늦을 수 있지만, 그만큼 난이도가 어려워 2030년을 목표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SK온은 기존 하이니켈 ‘SF배터리(Super Fast)’ 대비 성능을 개선한 ‘어드밴스드 SF배터리’를 공개했다. SF배터리는 18분 만에 셀 용량의 1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한데, 어드밴스드 SF는 이보다 에너지밀도를 9% 높이면서, 충전 시간은 유지했다.
테슬라 등 최근 완성차 업체들의 관심이 높은 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양산 경쟁도 치열했다. 삼성SDI는 이번 전시회에서 높은 에너지 밀도와 빠른 충전 속도를 갖춘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46파이 배터리 양산 준비를 오는 12월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이 배터리를 양산한다. 금양은 이번 전시회에서 지름 46㎜, 길이 95㎜ 배터리 실물을 배치했다. 올해 내 상업생산이 목표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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