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떠나는 증권사 장수 CEO, 올해도 부는 세대교체 바람

이한림 2024. 3. 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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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 정영채 이어 SK 김신 대표도 퇴단
10대 증권사 중 7곳 CEO 교체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 이어 김신 SK증권 대표도 CEO직을 내려놓게 되면서 증권가 세대교체 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이한림 기자] 3번이나 연임에 성공하면서 장수 최고경영인(CEO)으로 불린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를 비롯해 증권가 최장수 CEO로 꼽힌 김신 SK증권 대표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화제를 모은다. 10대 증권사 중 7곳이 CEO를 교체하면서 올해도 증권가에 세대교체 바람이 이어진 모습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전날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정 대표는 SNS에 "이번 주총 때까지 역할을 하고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한동안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제 스스로를 정리할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다음 CEO는 어떤 분이 되실지 몰라도 나보다 뛰어난 분이 오실 거라 믿는다"라고 적었다.

NH투자증권도 이에 맞춰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 등을 숏리스트로 발표했다. 차기 사장 최종 후보는 오는 11일 열릴 임시 이사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김신 SK증권 대표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SK증권은 6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대표이사 후보로 전우종 대표와 정준호 리스크관리본부장(CRO)을 추천했다. 전우종 대표는 2022년부터 김신 대표와 함께 SK증권 각자 대표를 맡아왔다.

이에 김 대표는 2014년부터 11년간 맡은 CEO 명함을 반납할 예정이다. 다만 1966년생 동갑내기인 정영채 대표처럼 회사를 떠나지 않고 SK증권에 남아 해외 영업이나 신사업 구상 등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처럼 장수 CEO들의 용퇴는 증권가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지난해 말과 올해 초 CEO 인사를 통해 자기자본 순위 10대 증권사 중 7곳이나 CEO가 교체됐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투자증권은 5년간 대표이사를 맡던 정일문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1세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문가인 김성환 대표를 새로 선임해 세대교체 포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을 '아시아의 골드만삭스'로 만들겠다"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미래에셋증권도 창업 멤버인 최현만 전 회장이 퇴진하면서 김미섭, 허선호 각자대표를 새 대표로 선임하고 2기 전문경영인 체재의 막을 올렸다. 이중 김미섭 대표는 범금융인 신년간담회와 금융당국과 만나는 증권사 CEO 신년간담회 등 연초 공식적인 자리에 연이어 모습을 보이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KB증권은 박정림 대표 후임으로 이홍구 대표를 선임했다. 증권가 최초 여성 CEO로 인지도를 높인 박 대표는 지난해 11월 라임 펀드 사태와 관련해 직무 정지 3개월 중징계를 받으면서 연임에 성공하지 못했다. 징계는 소송을 통해 효력이 정지된 상태나, 최근 SK증권 사외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리면서 사실상 KB증권과 결별하게 됐다.

이 외에도 박종문 삼성생명 사장을 새 대표로 선임한 삼성증권, 리스크관리 전문가인 장원재 대표와 엄주성 대표를 각각 새로운 CEO로 앉힌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 등이 CEO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업계에서는 구개 증권사들이 CEO를 연이어 교체한 배경으로 침체한 업황에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대 증권사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17% 줄어든 3조4259억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증권사 CEO를 한 번 맡으면 2~3번씩 연임하던 과거와 달리 변화와 흐름에 편승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 CEO들이 오랜 기간 회사에 헌신하면서 각 사와 국내 자본시장을 성장시킨 인물로 평가받지만, 다시 내실을 다져야 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이달 용퇴한 정영채·김신 대표 외에도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 곽봉석 DB금융투자 대표 등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세대교체 바람이 더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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