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서 배터리 소유권 떼어내 대중화 이끈다” [헤경이 만난 사람-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
리스로 쓴 만큼 비용, 구매부담 줄여
전기차 ‘캐즘’ 극복할 새로운 방안
전기차 세제 정책 연장 조치 필요
노후차 교체 개소세 감면특례 시급
대담 : 권남근 뉴스콘텐츠부문장 겸 산업부장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가 전기차에서 배터리 소유권을 떼어내는 연구용역 진행을 검토한다. 전기차에서 원가 비중이 무려 40%에 달해 가장 값비싼 부품으로 꼽히는 배터리를 분리, 전기차 가격을 낮춰 대중화를 유도한다는 목표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전기차와 배터리의 소유권을 분리해 배터리 리스를 가능케 하고, 배터리를 쓴 만큼만 비용을 내는 ‘전기차 배터리 분리 및 등록 사업’에 대한 연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최근 업계 안팎에서 ‘전기차 산업이 캐즘(chasm)에 빠졌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캐즘은 새롭게 개발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겪는 침체기를 의미한다.
강 회장은 “현재와 같은 수요 부진을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따라 향후 전기차 대중화가 결정될 것”이라며 “중국에서 배터리 탈착 방식의 차를 선보였듯, 협회도 배터리 소유 분리를 위한 관련 법 개정을 위해 로펌, 업계 등과 공동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방식이 현실화할 경우 소비자는 전기차를 통째로 구매하는 것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살 수 있게 된다. 매월 일정 요금을 받고 배터리를 대여해주는 금융, 렌털 사업 등도 발달할 수 있다. 전문 업체가 성능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까다로운 배터리를 관리, 점검한다는 장점도 있다.
강 회장은 “자동차 관리법 등의 개정이 필요하고, 시스템도 구축돼야 한다”며 “현재는 배터리도 자동차의 부속품이라 통으로 거래되고 있지만, 용역 연구를 통해 법을 어떻게 고치고 운용할지 파악하고 정부에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계는 향후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사업 확장 측면에서 전기차·배터리 소유권 분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협회에 적극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강 회장은 전기차 시장 성장을 위해 정부가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봤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는 16만7214대로, 2022년 대비 4.3% 줄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에서 판매가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강 회장은 “이대로 가면 정부가 세운 목표인 2030년 전기차 420만대 보급에 큰 차질이 있을 것”이라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대응책으로 ▷시장이 안정화될까지 전기차 보조금 유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처럼 2032년까지의 장기적인 지원책 마련 ▷충전 요금 할인 특례와 전기차 세제 혜택 부활 ▷강력한 비재정적 인센티브 등을 제시했다.
강 회장은 “구매자가 선호할 정도의 보조금을 지속해서 지원하는 게 중요한 데 전기차, 수소차 구매 시 세금, 취득세, 등록세, 개별소비세 감면 조치 등이 올해 말로 대부분 종료된다”며 “전기차에 주는 세제 정책을 계속해서 연장하는 조치가 올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재정적 인센티브의 예로는 V2X(vehicle to everything·차량사물통신)를 활용한 전력 판매 가능성 모색과 전용차선 주행 허용 등을 들었다. 강 회장은 “사용자 측면에서 24시간 중에 운전하는 몇 시간을 제외하면 90%는 차량을 세워둔다”며 “전기요금이 싼 심야에 충전한 뒤, 전기요금이 절정인 한낮에 이를 한전에 판매할 수 있는 전기차 기반 전력 거래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전기차 소유주는 보유한 전기차를 통해 부가적인 수익을 얻고, 국가 차원에서는 전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 회장은 “전력 거래가 되도록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하고, 정부가 거래 플랫폼도 만들어야 한다”며 “거리에 앞으로 수백만대의 전기차, 즉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다니게 될 텐데, 이를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정부와도 뜻을 같이해 관련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올해 전반적인 국내 자동차 시장 전망에 관해서는 지난해 기저효과로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과 비교해 31.1% 증가한 708억7200만 달러(약 94조원)로 역대 최고치였다. 자동차 전체 생산량은 424만4000대로, 2018년(403만대) 이후 5년 만에 400만대를 넘어섰다. 국내 판매량은 173만9000대로 2020년(189만대) 이후 3년 만에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됐다. 다만 고금리·고물가로 지난해 하반기로 갈수록 내수 판매가 줄었다는 점에서 강 회장은 올해 전체 내수 시장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특히 개소세가 지난해 6월 종료되며, 성장세가 꺾였다. 강 회장은 “6월까지는 내수가 상당히 활발했지만, 개소세가 사라지면서 상황이 변했다”며 “산업 성장을 위해 개소세 감면이 유용하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연초에 정부에서 경제운용계획을 짤 때 성장률 유지를 위한 활성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실제 상반기 내수판매는 전년 대비 11.7% 증가한 반면, 하반기에는 -3.4%를 기록했다.
또 강 회장은 노후차 교체에 대한 개소세 감면 특례를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환경 개선 및 내수 진작 효과를 감안해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강 회장은 “내수활성화를 위해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와 건설”이라며 “자동차 내구재 소비 진작이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엄청난 효과를 고려할 때 제도가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리=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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