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명’ K리거의 은퇴…“서른 쯤이면 간절해도 안되는 게 있다는 걸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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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명' 선수가 축구화를 벗었다.
"저는 실패한 선수가 맞아요. 그런데 실패해도 상관없는 선수였어요. 주전 골키퍼라는 꿈만 보고 달려왔는데, 현실의 벽에 부딪혔죠.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 넘버원 골키퍼라는 꿈을 내려놓았는데, 생각보다 안 아프더라고요. 저도 처음에는 그 목표를 내려놓는 게 두려웠거든요. 그런데 손을 놓아도 바로 땅이더라고요. 또 별로 아프지도 않았고요. 우리는 생각보다 높이 매달려 있지 않더라고요. 어떠한 목표와 꿈에서 손을 놓아도 충분히 새로 시작할 수 있으니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프로에선 실패했지만, 정말 행복한 축구선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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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명' 선수가 축구화를 벗었다. '무명'이었기에 그라운드를 떠났어도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 무명 선수의 이름은 2부리그 천안시티FC 소속이었던 임민혁(30)이다. K리그 팬들에게조차 낯선 이름. 한 해 수십 명의 선수가 소리 소문 없이 그라운드를 떠나는 가운데, 골키퍼 임민혁도 그중 한 명이었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 골키퍼 장갑을 벗은 다시 말해 '실패'한 선수였지만, 임민혁이 밝힌 은퇴 소회는 그 어떤 유명 은퇴 선수의 마지막보다 큰 울림을 줬다.
"서른 즈음 되면 대충 압니다. 세상에는 간절히 원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요. 포기하지 않고 끝내 쟁취하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훌륭함만이 삶의 정답은 아니기에 한치의 미련없이 떠나봅니다."
임민혁이 SNS에 올린 은퇴 게시물은 축구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실패를 덤덤히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축구 인생을 후회하지 않는 모습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2017년 프로 입단 후 7시즌 동안 단 30경기 출전에 실점은 46점. 객관적 수치로도 분명 성공적인 프로 인생은 아니었지만, 임민혁은 자신이 흘린 땀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의 축구 인생은 완벽하지도, 위대하지도, 아주 훌륭하지도 않았지만 정정당당하게 성실히 땀 흘려 노력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멋진 세계에서 멋진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내 삶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온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임민혁은 KBS와의 통화에서 "자고 일어나니, 전화에 불이 나고 있네요. 인터뷰 요청도 쇄도하고 있습니다. 선수 시절엔 한 번도 못해 본 건데…." 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저 은퇴 소회를 밝혔을 뿐인데, 이렇게 관심을 가져 주실 줄은 몰랐어요. 은퇴요? 절대 후회는 없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설레요. 축구가 없는 생활이 어떨지, 주체적으로 제 삶을 살 수 있어서 정말 기대돼요."
초,중,고 시절 축구선수로 1등 밖에 몰랐던 임민혁은 2017년 전남을 통해 프로 무대까지 입성하자 세상을 다 얻은 것만 같았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냉혹했다. 전남, 대전, 천안을 거치며 7시즌 간 후보를 전전한 임민혁은 자신의 시야가 얼마나 좁았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골키퍼로 승승장구하고 프로 입성 할 때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뻤거든요. 1등 할 때는 몰랐어요. 저보다 밑에 있던 다른 선수들은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다고만 생각했는데... 후보 시절을 겪으면서, 노력했는데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선수들이 많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세상을 좀 더 크게 바라보게 되면서 인생의 지혜를 얻은 것 같아요."
스스로가 실패한 선수라고 말하는 임민혁은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전혀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짧은 축구 인생을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저는 실패한 선수가 맞아요. 그런데 실패해도 상관없는 선수였어요. 주전 골키퍼라는 꿈만 보고 달려왔는데, 현실의 벽에 부딪혔죠.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 넘버원 골키퍼라는 꿈을 내려놓았는데, 생각보다 안 아프더라고요. 저도 처음에는 그 목표를 내려놓는 게 두려웠거든요. 그런데 손을 놓아도 바로 땅이더라고요. 또 별로 아프지도 않았고요. 우리는 생각보다 높이 매달려 있지 않더라고요. 어떠한 목표와 꿈에서 손을 놓아도 충분히 새로 시작할 수 있으니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프로에선 실패했지만, 정말 행복한 축구선수였어요."
이제 사회 속으로 나가는 임민혁. 축구 행정가를 꿈꾼다는 임민혁은 제2의 인생에서도 평범한 '조연'을 꿈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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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기자 (fcju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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