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도 심폐소생·약물투여 허용…"사고 책임은 의료기관장에"
정부가 전공의 이탈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부 의료행위를 하는 간호사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업무를 정리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내놨다. 정부는 응급상황에서의 동맥혈 채취, 심폐소생술, 코로나19 검사, 위험한 수술 보조행위, 발사(실 뽑는 행위) 등은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엑스레이, 대리수술 등은 수행할 수 없도록 정했다.
이는 오는 8일부터 시행하며 정부는 의료사고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최종 책임은 의료기관장이 지도록 했다. 간호사에 업무가 추가될 때 의료기관이 자체 보상토록 했다. 일반 간호사가 전담(PA)간호사 업무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정부가 추가 보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관련기사 [단독] 간호사도 코로나19 검사·심폐소생술 한다…진료지원 가이드라인 배포)
보건복지부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오는 8일부터 시행한다고 7일 밝혔다. 종합병원·수련병원 간호사가 대상이며 시행기간은 별도 공지 때까지다. 복지부는 향후 시범사업 모니터링 실시 후 제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신속한 진료 공백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난달 27일부터 한시적인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전공의 등 의사들의 부재로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를 일부 떠맡게 됐고 간호사들이 의사의 의료행위를 하는 데 대해 법적 불안을 호소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업무 범위 명확화가 필요하고 법적 보호 재확인 요청이 있어 보완 지침을 마련했다.
시범사업 보완 지침에서 정부는 의료기관장이 간호사 업무범위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주요 진료과와 전담간호사 등의 참여 하에 간호부서장과 반드시 협의하도록 했다. 진료과별 요청사항을 반영해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설정하고 고지하도록 했다. 의료기관장의 최종 책임 하에 관리·운영되도록 하고 의료기관 내 의사 결정 과정을 문서화하도록 했다.
만약 문제가 발생할 경우 최종 법적 책임은 의료기관장이 지도록 했다. 또 간호사 배치를 위한 근거를 문서화하고 의료기관이 교육·훈련체계 구축과 지속적인 교육을 지원하도록 했다.
의료기관장이 간호사에게 업무를 추가할 경우 자체 보상토록 했다. 일반 간호사가 전담(PA)간호사 업무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정부가 추가 보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또 복지부 내에 '간호사 업무범위 검토위원회'를 구성·운영해 의료기관이 행위별로 간호사 수행 가능 여부를 질의할 경우 신속하게 판단·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병원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업무 범위를 승인하도록 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5일까지 100여개 진료지원행위에 대해 조사해 간호사 행위 가능 여부를 정리했다. 지침에서는 그레이존(의사만 할 수 있는지 아닌지 애매한 의료 행위) 영역 98개 행위에 대해 적시하고 이 중 9개 행위는 간호사가 할 수 없도록 했다.
간호사가 할 수 있는 행위는 △위험한 수술 보조행위 △발사(실 뽑는 행위) △코로나19 검사 △처방전 마취제 투여 △회진 시 입원환자 상태 파악과 보고 △혈액 검체채취 △응급상황에서의 동맥혈 채취(일반 간호사 제외) △에이라인을 통한 동맥혈 채취 △단순 드레싱 △중심정맥관 관리 △응급상황 심폐소생술 △응급약물 투여 등이다.
세부 행위에 따라 간호사별 수행 가능 여부가 다르다. 일반 간호사와 전담간호사, 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와 할 수 없는 업무를 구분했다.
또 △엑스레이 △관절강 내 주사 △방광조루술, 요로 전환술 △전문의약품 처방 △전신마취/척추 또는 경막외 마취 △사전의사결정서(DNR) 작성 △배액관 삽입 △대리 수술(집도) △골절 내 고정물 삽입 및 제거 등은 모든 간호사가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대법원에서 판례로 명시적으로 금지한 행위도 간호사가 수행할 수 없다. △자궁질도말세포병리검사를 위한 간호사의 검체 채취 △프로포폴에 의한 수면 마취 △사망 진단 △간호사가 그의 주도 아래 전반적인 의료행위의 실시 여부를 결정하고 간호사에 의한 의료행위의 실시과정에도 의사가 지시·관여하지 아니한 경우 △간호사가 의사의 구체적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마취약제와 사용량을 결정하여 피해자에게 척수마취시술을 한 경우 등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숙련이 덜 된 간호사는 의료기관이 자체 교육을 시켜 전담 간호사로 투입하거나 업무를 맡게 되는데 이런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업무에 대해 수행할 수 없는 거를 지시한 경우 의료기관장이 책임져야 한다"며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은 의료법보다 상위법인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른 근거 조항이 있어서 의료법상 각종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정한 지침을 배포해 시행하면 현장 혼란도 줄고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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